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 3개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 국제 사회의 비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미하일 카샤노프 러시아 총리는 4일 부시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논리로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하기에 앞서 이들 국가의 위협이 실재로 존재한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샤노프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한 후 “러시아는 미국이 언급한 위협을 규명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가상이 아닌 실질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트거 볼머 독일 외무부 차관도 이날 “이라크 등이 테러에 개입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테러 와의 전쟁이 이들 국가에 대한 증오심을 정당화하고 해묵은 원한을 푸는 데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부 장관은 앞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11월 미국 중간 선거와 관련이 있다”며 “영국은 군사적 행동 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앤더슨 하원 외교위원장은 특히 영국이 지난해 7월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9월에는 이란과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제 관계를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나토는 이들 국가를 상대로 한 전쟁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주의나 고립주의로 치닫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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