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 대형 상장사로의 매출 및 이익 집중 현상이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지난해 이후 두드러진 외국인들의 대형 우량주 편중 매매도 이 같은 기업 실적 차별화에 따른 자연스런결과로 해석됐다.
증권업계는 기업실적의 집중화가 외국인에 이어 국내 기관투자가의 우량주 편입을 가속화해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심의 주가 차별화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하위사 실적 양극화
4일 LG투자증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 제조업체 504개 전체 매출액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가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1.3%에서 99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3ㆍ4분기)에는 28.1%까지 높아졌다. 불과 3년만에 전체 매출액 비중이 6.8%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98년 1,760억원의 순이익 적자를 냈던 시가총액상위 10개사는 2000년 13조5,193억원의 대규모 흑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3ㆍ4분기까지 8조6,73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상위10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체 순이익은 98년 7조439억원 적자를 낸 이후 2000년에는 오히려 적자 규모가 9조8,993억원으로 늘어났고,지난해에도 3ㆍ4분기까지 3조6,9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률은 98년 9.0%를 바닥으로 99년 11.4%,2000년 14.4%, 지난해 11.5% 등 10%대를 웃돌았지만, 나머지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98년 이후 4%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상위사의 3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도 상위 10개사의 금융비용부담률은 98년 6.3%를 정점으로 지난해 2.4%까지떨어졌으나, 나머지 업체들은 98년 7.4%에서 지난해 4.4%로 낮아지는데 그쳤다. 부채비율도 상위 10개사가 97년 220%에서 지난해76%까지 낮아진 반면, 나머지 업체는 97년 410%에서 99년 18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오히려 226%로 높아졌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재편이 이뤄지면서실적이 증가하는 기업은 가속도가 붙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오히려 악화하는 대칭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량주-비우량주 차별화
지난해 말 현재 서울 증시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 시가총액 비중은 37%에 이른다. 99년 말22%에서 2년 만에 15%포인트나 늘어났다. 특히 외국인 보유주식의 82.6%는 시가총액 상위 20 종목으로,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 상위20 종목 보유금액도 77조4,000억원으로 한해동안 100%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대형 우량주 편식 현상은 국내 기관투자가에도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강현철 연구원은 “국내기관의 자산운용 중 주식투자 비중이 지난해 말 4.5%로 1990년대 평균 7~9%에도 크게 못 미친다”며 “은행과 보험 등 주요 기관들은 앞으로저금리 및 고배당 상품의 역마진 등을 감안할 때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선 70년대 미국과 80년대중반 일본에서 나타난 우량주 중심의 기관 장세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