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설거지는 남편들 전담 시누이에도 음식준비 요구를"“…우리집도 며느리들은 명절 때 부엌에서 허리 부러지게 일합니다. 시누이네 식구들과 남편, 아주버님은 거실 TV 앞에 모여앉아 밤이나 깎으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지요.
바보처럼, 지금껏 이게 부당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우리 며느리들도 명절을 인간답게 보내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동서들과 연락해 설거지는 남편들이 하도록 얘기했습니다.
우리 남편이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차라리 차례를 지내지 말자”고 하더군요. 그러자고 했지요.
하하. 명절 때마다 와서 온갖 트집은 다 잡는 우리 시누이들에게는 “음식 좀 해 오실래요, 아님 설거지좀 도와 주실래요”했더니 이번 명절부터는 안 오겠답니다.
결혼생활 10년에 남은 건 배짱뿐. 더 이상 며느리들만 중노동하는 명절은 싫습니다. (misoro. 여성포털 ‘마이클럽’ 게시판 ‘시댁이야기’ 중)
"명절 설거지는 남편들 전담 시누이에도 음식준비 요구를"
명절 중노동을 거부하는 며느리들의 통쾌한 반란이 조회수 8,000건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당쇠형’ 며느리들이 동병상련을 호소하며 부럽다는 찬사를 보낸다.
‘저도 명절 때 죽어라 일합니다. 님의 결정 정말 통쾌합니다.’ (sheep88)
‘결혼은 안 했는데 너무 시원합니다. 맏며느리인 엄마를 보며 너무 짜증이 났었어요.’ (jasmin0607)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 치가 떨렸어요. 바빠 죽겠는데 때 되면 오빠들 밥까지 차려 갖다 바쳐야 하고… 누구는 피곤한데 누구는 정 나눈다고 웃고…’(772bobo)
며느리이면서 시누이인 입장에서 ‘며느리들의 반란’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어서일까. ‘지나쳤다’는 의견도 있었다.
‘저도 친정에 가면 손 까닥 안 합니다. 시댁서는 어쩔 수 없이 중노동을 해야 하지만… 시누이보고 음식 해 오라고 하셨다면, 님도 친정 갈 때 음식 해서 가실 건가요?’
‘저도 이담에 올케언니가 그런말 할까봐 겁이 납니다. 조금은 씁쓸하군요.’ 하지만 그 소수의 반론에 비난이 빗발친다.
‘님네 올케 정말 불쌍하네요’
‘혹시 님도 옆에서 잔소리나 하면서 노는 시누이 노릇을 하고 싶은 건가요?’
정작 며느리들을 화나게 한 것은 쌓인 일이 아니라 중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며 나몰라라 하는 시집 식구들의 태도.
한 며느리의 분노어린 체념은 처절한 느낌마저 든다.
‘결혼 전 아들보다 제가 더 좋다고 하던 분이 아침부터 일하는 절 두고 노는 아들 피곤하다고 감싸네요… 전 착한 며느리 되길 포기했습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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