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이동순(52), 장석주(47)씨가 새 시집을 냈다.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시인 장씨와, 역시 서울을 떠나 산길과 이국 땅을 떠돌아 다녔던 이씨가 선보이는 시편은 훨훨 길 떠나는 자의 원숙함으로 평온하다.
이씨의 시집 ‘기차는 달린다’(만인사 발행)는 발걸음의 흔적이다.
시인은 백운산으로, 울릉도 태하령으로, 울란바토르 몽골고원으로 다니면서 시를 썼다.
허청허청 길을 걸어가면서 시인은 풍경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사색한다. 윤동주의 고향 북간도 명동촌에서 일제 말기 청년의 고뇌를 본다.
‘마른 풀잎을 스쳐 가는 바람결에서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려던/ 그 고독하고 어두웠던 식민지 시절/ 시인의 고결한 괴로움이 보이는 듯하였다’(‘북간도 명동촌에서’ 부분).
베를린에서 만난 한국 여자는 오랜만에 고향 사투리로 떠들면서 웃었다. 그 훈훈하고 애틋한 밤을 시로 쓴다.
‘만리 타국에서 가슴에 한도 많이 쌓였을/ 한국 여인네들/ 내가 타향살이와 꿈에 본 내 고향을 부르자/ 기어이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다’(‘伯林(백림)의 밤’).
시집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그림같은세상 발행)는 서울에서 불행했다던 장석주씨가 경기 안성에 둥지를 튼 지 1년 반 만에 출간한 시집이다.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살다 보니 물과 가까워졌나 보다. 새 시집이 물 소리로 가득하다.
‘마음에 하현달 하나 품고 들어온/ 나는 장기수배자다/ 물의 이 둥근 쉼표 속에/ 은신 중이다’(‘물의 이 둥근 쉼표 속에서’ 부분).
물 곁에 살면서 시인은 ‘문제는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얼마나 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못 살지 않았느냐가 문제다. 그는 시야를 어둡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것을 던져 버리기로 한다.
‘어제는 눈알을 뽑아 물에 던져 버렸다/ 아무것도 안 보니/ 처음으로 세상이 환하다’(‘잔월’ 부분).
그 눈이 모여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갖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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