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연일 미국을 성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보복조치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도 1, 2일 전방 부대 시찰에서 “우리 조국을 건드리려는 그 어떤 침략자도 용서치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미국과의 전쟁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다.북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자세히 보면 원색적 대미 비난 속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속내가 드러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미국과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테러와 인연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공격적 용어로 반응하고 있지만, 문맥상 초점은 대화에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확률은 낮아 보인다. 미국이 내세운 핵, 미사일, 재래식 군비 등 3대 의제 모두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데다, 섣불리 대화에 나섰다가는 미국의 강경책에 휘말릴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은 2000년 조명록(趙明錄) 특사의 방미 때 채택한 북미 코뮈니케를 기초로 협상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일성 부자 생일 등 국가적 행사를 앞둔 북한 내부 사정도 당분간 ‘침묵’으로 일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미국의 압력 수위에 따라 북한의 대응 자세가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 경우 북한은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극도로 끌어올린 뒤‘막판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과거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아진 전면전을 상정한 ‘위험한 도박’이다. 정부는 북한이 정체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미국의 압박을 비켜가는 ‘숨통트기 전략’을 시도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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