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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자주성 말살하는 체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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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자주성 말살하는 체벌문화

입력
2002.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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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체벌이다.영화 ‘여고괴담’ 중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체벌하는 장면을 봤는데 그때는 너무 믿어지지 않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과장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후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다.

어떤 중학교에서 우수 교사를 장려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을 해외여행 보내기로 했는데 어떤 선생님이 자기가 그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을 알고는 서랍 안의 몽둥이를 들고 교장실로 뛰어갔다고 한다.

나는 깡패가 아니라 학교 선생님인데 서랍 속에 왜 몽둥이가 들어가 있는지 놀라 주변 한국 친구들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이상할 것 없다”면서 자기가 어렸을 때 선생님한테 받은 체벌에 대해 얘기했다.

문제를 못 풀었다고 교실 탁자 앞에서 의자를 들고 서있거나, 무릎을 꿇거나, 바지를 내려서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는다거나 ….

이정도면 사제지간이 아니라 원수지간이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점점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아무렇게나 학생의 육체와 자존심을 학대할 수 있는지,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심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에게 그럴 권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어떤 선배가 “군사부 일체라 가능하다”며 “그게중국에서 넘어온 유교문화”라고 설명했다.

나는 “중국에서는 그런 체벌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학교 교육부터 평등과 인격을 말살했으니 회사에서, 군대에서 체벌이 계속 존재하는 것 아닌가한다.

체벌문화의 문제점은 인간의 자주성이 말살되어 권위에 대해서 무작정 따르게 되고 인간이 비굴해진다는 것이다.

체벌문화는 유교의 가부장제도 영향 때문에 생겼다. 일본 강점시기 일본인들의 무력 통제의 후유증이라는 등등 얘기도 많다.

하지만 나는 체벌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관계없이 한국사람들이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이상하다.

한민족은 합리적인 사고보다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다혈질적 민족 같다. 그래서 나는 한민족에게는 충동 대신 냉정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국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한국 사람들이 몇 십 년 동안 험악한 투쟁을 해왔다.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대가로 문민정부가 세워졌고 그래서 한국 국민의 민주, 자유를 추구하는 투쟁 정신을 정말 존경했다.

하지만 공정한 대통령 선거와 서양의 정치제도의 확립이 민주, 자유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걸핏하면 강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즉 권위로 무조건 누르거나 복종해야만 하는 가부장적인 문화는 자유민주가 아니라 중세의 봉건독재 사회와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군사독재는 가시적인 것이라 쉽게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가부장적인 잘못된 문화는 습관처럼 일상에 스며들어 사람들이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체벌문화를 외국까지 가져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올해 여름에 중국 산둥 지방의 한국기업 문화를 조사할 때의 일인데 한국 한 기업인이 내가 다니고 있는 연구소의 선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중국은 우리의 상상과 너무 다르다. 중국은 많은 면에서 훨씬 더 민주적이고 심지어 군대 안에서도 체벌이 없는 나라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간 초기에 중국 근로자들을 체벌한다는 사건이 매스컴을 통해 몇 번 밝혀졌다.

체벌에 대해 강렬하게 부정적인 분위기인데다 중국 사람들의 강한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여론에서 엄청난 화제 거리가 되었다.

이로 인해 중국인이 한국 기업에 얼마나 커다란 반감을 갖게 됐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체벌은 정말 좋지않은 것이라고.

왕샤오링ㆍ중국인ㆍ경희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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