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오랜 만에 ‘부도’ ‘투명성’ ‘신뢰’ 등의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미 에너지 기업인엔론 파산이 몇몇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혹을 불러 일으키면서 반등을 모색하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발단이었다.뉴욕 증시의 폭락은서울 증시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주 초 780선을 넘었던 주가지수가 중 반 이후 고꾸라져 원점으로 돌아갔다. 엔론 사건은 분식 회계, 정경유착 같은과거 한국 기업 비판의 단골 메뉴를 모두 안고 있다.
‘미국 판 대우사건’이라 할 만하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에 ‘투명성’의 잣대를 들이대며으름장을 놓던 미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회계 투명성 문제는 당분간 미 증시에 숨은 악재로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메디슨 부도로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해를 입게 됐다. 특히 이 사건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대한 신뢰의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부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예상하거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애널리스트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애널리스트들의 변명은 갖가지다. “여러 종목을 맡다 보니 여력이 없었다” “회사측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담당자가 바뀌어 공백이 있었다”등이다. 하지만 “해당 회사와 투자자들의 협박성 항의가 빗발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변명에 이르면 애널리스트의 존재이유에 회의가들지 않을 수 없다.
증시가 단기 급등으로 조정이 예상되던 시점에서 이런 ‘신뢰’의 문제들이 쏟아져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2월 주식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조정론’에 무게를 실었다. 과거 2월에 주가가 오른 예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줄 것이 틀림없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고, 시장을 선도할 주도주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경기회복 조짐이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어 주가가 빠지더라고 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우세하다. 이번 주에는 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려 2월 통화정책방향이 정해진다. 금리는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에선공급관리자협회(ISM) 1월 비제조업 지수, 작년 4ㆍ4분기 생산성 지표 등이 발표된다. 설 연휴와 옵션만기일(14일)을 앞두고 시장 변동성이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템포 늦추고 느긋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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