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3일 미국의 잇단 북한 압박으로 북미관계가 상당기간 경색되고,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19일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의 인식차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수(金英秀) 서강대 교수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경수로 완공시한, 미사일 발사 유예기간 종료 등 2003년 예상되는 북미간 긴장국면이 앞당겨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 북미간 거친 대화가 시작될 것 같다.
부시의 강경발언의 배경에는 국내적으로 대 테러전 이후 그다음의 적은 누구냐는 문제와 국방예산 증액 문제 등이 맞물려 있지만, 부시가 한번도 대북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정부는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부시 방한을 계기로 북미관계를 중재할 수 있다고 오판한 것 같다. 미 공화당쪽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작업이 필요하다.
■ 박건영(朴健榮) 가톨릭대 교수
부시의 ‘악의 축’발언은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국내용 레토릭이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야기된 문명충돌론을 희석하기 위한 전술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애국심에 호소해 인기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다. 94년 북한 핵 위기 당시의 긴장과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테러한 적이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한미 관계에 유념해야 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의 햇볕정책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북한을 자극해선 미국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부 차관
북미 모두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파국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미사일 수출 중단 등을 의제로 상정하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고,북한도 미국과 대결하면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교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할 북미관계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있다. 그러나 북한을 무조건 달래야 한다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회담의 성과는 반감할 것이다. 대량파괴무기(WMD) 문제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 문제이다. 우리는 미국에 협조해야 한다.
서주석(徐柱錫)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부시의 발언은 한 중 일 3국 순방을 앞두고 테러전으로 신경을 쓰지 못한 대북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군사조치등을 통해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보다는 대북 협상을 위한 압박용 카드로 관측된다.
미국이 당장 대북 군사행동을 할 명분도 없고,준비도 안돼 있다. 때문에 시간을 두고 대북협상이 어느 정도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부시 정부가 강경 기조를견지하고 있고, 북한도 미국의 주장을 일종의 무장해제 요구로 간주하고 있는데다 내놓을 카드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 신지호(申志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당분간 북미관계의 냉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도 이산가족 상봉 등이 추진돼도 큰 진전이 어렵게 됐다.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주된 관심은 테러 집단과 대량살상 무기의 결합을 저지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우려대상으로 지목됐다.
부시의 강경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미국은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 같은 북미 대화를 유도하는 조치는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가 휴전선 배치 재래식무기 철수 등을 요구한 것은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라기보다는 정책목표로 봐야 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