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보물 탐사 결과 긍정적 전망의 보고서가 작성됐음에도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와 정반대의 해명을 했던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보고서의 정권 고위층 전달을 은폐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영장에서 특검팀은 국정원 목포 출장소가 해경을 동원한 탐사결과 ‘해저동굴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있고 보물이 매장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1999년 12월28일 당시 김모 경제1과장에게 제출해 이 문건이 엄익준(嚴翼駿ㆍ작고) 차장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 전 수석의 “2000년 1월 말 또는 2월 초 엄 차장으로부터 ‘정보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이형택씨에게 알려줬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해명을 정반대로 뒤집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수석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과 함께 긍정적 내용의 보고서가 국정원 혹은 정권 고위층에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시가로 20조원대로 추정되는 보물의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요 정보사안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 특검팀의 이런 수사결과에 따라 보물 발굴사업에서의 이 전 전무의 역할 또한 다시 논쟁거리를 떠올랐다.현재까지 이 전 전무는 국정원과 해군에 청탁을 한 뒤 사업지분 15%를 약속 받았다는 혐의만 받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 내부에서는 당시 해군이 발굴지원을 거절하는 바람에 진척이 안됐던 상황에서 이 전 전무가 긍정적 보고서를 근거로 또다른 고위층을 접촉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용호씨가 국정원의 보고서를 접한 뒤 이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나 보고서 유출 경로 등도 특검팀이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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