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3일 청와대 비서실의 검사 파견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은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검찰이 각종 비리 의혹 사건들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해 국민 신뢰를 송두리째 잃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웠던 것이다.검찰 권위의 추락은 국가적 측면에서 공권력의 위기를 초래했고, 정치적 측면에서도 정권의 개혁성과 도덕성에 큰 흠집으로 작용했다. 검사 파견 제도를 유지할 때 얻는 권력의 안정감, 기능적 효율성보다는 폐지할 때 평가될 명분과 상징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때 이 제도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자신이 총재로 있던 국민회의 요구로 검찰청법에‘검사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 비서실의 직위를 겸할 수 없다’는 조항(44조2항)이 생겼다.
그러나 집권 후에 이를 실천하지 못했다. 물론 법적으로 이 조항은 지켜지고는 있다. 검사들이 청와대로 가면서사표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복귀할 때는 승진하거나 좋은 자리로 가는 게 관례여서 검사 파견제도는 사실상 유지돼 온 것이다. 그만큼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이 제도의 매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 제도는 다음 정권에서도 다시 부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5년 박정희(朴正熙) 정권 때 시작된 이 제도가 막을 내리게 된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청와대 파견 검사들은 권력자의 동향으로 구성돼 지역주의와 정치검사를 양산했고, 검찰의 중립성 시비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이 같은 폐해를 확실히 막기위해서는 정치권과 검찰을 절연하는 여러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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