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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작에 도전한다

입력
2002.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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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오후 6시 서울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배우 17명과 스태프 2명이 무대에 빙 둘러앉아 뭔가 토론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세히 들어보니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시)를 어떻게 외우고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한 남자배우가 물었다. “선생님은 감정 없이 소네트를 대하라고 하시는데 구체적 이미지 없이 어떻게 그 난해한 셰익스피어의 시를 외울 수 있습니까?”

화술 감독인 박정희(43ㆍ여ㆍ극단풍경 대표)씨가 대답했다.

“셰익스피어의 시는 읊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돼야 한다는 거야. 여러분은 너무 시 형식에 갇혀 있어. 그렇게 수동적이어서는 셰익스피어 극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 전작(全作) 공연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한국 셰익스피어 전작 공연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의경ㆍ원로 연극인)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37편 전 작품을 공연키로 하고 지난달 28일 1차로 배우 17명을 선발했다.

지금은 대학로 일대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다. 단일 기획에 의한 셰익스피어 전작 공연은 국내 처음이다.

맨 처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4월 2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에서 공연하는 희극 ‘실수 연발’.

1594년에 쓴 이 작품을 3주 동안 공연한 뒤 1594~95년에 쓴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역시 3주 동안 서울 광화문 정원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추진위는 이에 앞서 셰익스피어 탄생일인 4월 23일 ‘셰익스피어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세미나를 연다.

이와 함께 상반기 중으로 ‘헨리 6세’ 3부작과 ‘베로나의두 신사’를 별 다른 무대장치나 소품, 의상 없이 배우들이 무대에서 대사를 읊는 독회(讀會)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상업적인 무대에서 독회 공연이 진행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하반기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사랑의헛수고’ 등 8편을 예정하고 있다.

추진위에는 연출 부문에 김철리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수택 소극장 알과핵 대표, 박장렬 연극집단 반(反) 대표 등이, 이론 부문에 오수진 동신대 영문과 교수, 남육현 한양대 영문과 강사 등이 참여해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답게 ‘서울 셰익스피어 앙상블’이라는 극단을 창단해 수시로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어 중역이 아닌 영어 원전 번역에 충실한 대본을 사용한다는 점과, 무대장치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 위주로 승부를 낸다는 점이다.

1차 선발한 배우들의 훈련 현장에 셰익스피어 특유의 어법을 가르치기 위해 화술 감독 박정희씨가 함께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진위 예술감독을 맡은 김창화상명대 교수는 “셰익스피어 전작 공연은 1960~70년대에 일본 연극인오다지마 유지(小田島雄)가 혼자 번역하고 연출해 무대에 올린 후 세계적으로 2번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재능 있는 배우들이 많이 발굴되고, 관객은 순수 연극을 보는 재미와 맛을 느끼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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