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아 그간 떨어져 있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집에서 따뜻이 맞아주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서울 여성보호센터는 3일 “최근 보호 중인 부랑 여성들이 설을 가족과 함께 보낼수 있도록 연고자를 100명 가량 찾았지만, 인수를 거부한 케이스가 55건이나 됐다”며 “지난 1월까지 집으로 돌아간 경우는 13건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또 주민등록증이나 지문감식, 일시적 기억회복 등을 통해 어렵게 연고지를 찾아가도 정작 가족이나 친지가 어디갔는 지 찾을 수 없거나 전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여성보호센터에 수용 중인 부랑여성은 현재 250여명. 이 중 치매 여성노인이 절반이상이고 나머지는 정신질환자, 알코올중독자, 가출소녀 등이다.
여성보호센터에서 상담 일을 하고 있는 이상순씨는 “연고자를 찾아도 부모 자식간 같은 직계가 아닌 경우는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명절을 일주일 앞둔 이번주에도 설을 같이 보낼 수 있도록 연고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는 설사 부모 자식간이라도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인 고령의 노부부가 정신질환자인 딸을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받아 들이는 경우를 비롯해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숱하다.
2층 건물에 연건평 1,000여평 정도인 이곳에는 또 10여명의 가출청소녀도 함께 생활하고 있으나 이들도 가족에 되돌아가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이씨는 “부모 자식간의 대화단절의 벽이 너무 높아 대부분이 다시 가출하게된다”며 “차라리 시설에 있으라면서 가끔 찾아와 면회하거나 용돈 등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센터측은 설 연휴인 11, 12일 그나마 자체적으로 차례상도 차리고 윷놀이행사도 가지며 가족적 분위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최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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