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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퇴근후 다단계판매 조직내 골칫거리로

입력
2002.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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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은행 지점장인 김 모씨(47)는 요즘 매일 퇴근하기가 무섭게 달려가는 곳이 있다.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 회사인 한국암웨이의 ‘다이아몬드’회원(전체 회원중 사업성과 상위 5% 이내로 연평균 1억300만원 수준)인 그는 함께 다단계 판매사업을 하는 파트너들의 집에서 열리는 '홈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회원가입 4년째인 김 지점장과 함께 직접 사업을 하는 파트너 수는 줄잡아 200여명.그러나 다단계 사업의 성격상 파트너 한 명이 평균 5~6명의 '알'(속칭 '프론트')을 품어 새로운 파트너를 낳는 걸 고려할 때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000여 명에 달할 정도.외환위기 당시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직장이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처음 암웨이에 눈을 돌리게 된 그는 "최근 다단계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경기 부천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치과의사 유모씨(43)도 다단계 판매사업을 시작한지 7년째. 다단계 판매로 파는치약의 품질이 여타 브랜드 제품보다 우수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환자들에게 권유하게 된 것이 사업참여의 계기. 다단계 사업에 따른 수입이 이미 병원수입을넘어선 유씨는 내년부터는 아예 후배 치과의사를 고용, 자신은 1주일에 2일정도만 진료를 하고 나머지 시간을 다단계 판매에 집중할 예정이다.

■'서울 시민 10명중 1명은 암웨이 회원?'

3일 다단계판매 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2000년 연 매출규모 2조원을 돌파한 다단계 판매시장은 지난해 2조7,000여 억원을 넘어서 올해는 3조5,000억~4조원에이를 전망.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암웨이의 경우 현재 등록 회원 수만 12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 연령층은 30대 여성으로전체의 30.6% 를 차지하고 있으나 외환위기이후 30ㆍ40대 남성 회원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

데이비드 어서리 한국암웨이 사장은 “기업들의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구직난이 심화하면서 기존 직장 이외에 부업과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욕구”라며 “창업과 달리 초기 비용이 없고 안정적인다단계 판매사업에 대한 30ㆍ40대 남성들의 참여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중(二重)직업 신드롬

다단계 판매가 확산되면서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밤에는 다단계 사업을 하는 ‘투잡스(Two Jobs)족’이 기업과 학교, 군대, 공무원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각급 학교마다 교사들이 학부모를 상대로 다단계 판매사업을 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다단계 판매의 부작용이 너무 심각해지자 최근 각 교육청 별로 특별감사를 실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물품 구매나 회원가입을 종용한 교사들은 엄중징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말 국내최대기업인 S전자는 사내에서는 물론 경기 수원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밀집돼 거주하고 있는 사원 부인들간에 다단계 판매사업이 활성화되자, 조직기강과 직원의 윤리의식 문제를 들어 사내 다단계 판매 회원들을 인사조치했다.

국내진출 외국기업 중 대표적인 컴퓨터 관련 제조업체인 I사에는 연봉5억원을 넘어서는 암웨이 회원중 최고급인 ‘크라운 엠베서더’ 회원이 나온 데 이어 ‘다이아몬드’ 회원까지 잇따라 배출해 ‘다단계 열풍’은 사내에이미 일상화됐다.

이밖에도 수도권 주변의몇몇 군 부대에선 다단계 판매로 인한 상하 조직간에 갈등이 심화돼 다단계 판매회원 가입을 금지시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S그룹 인사담당 관계자는“겸업을 금지하고 있는 사내규칙에 따라 직장 동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안기고 조직기강을 흐트리는 다단계 판매 회원들에 대해선 엄중한 인사조치가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감춘 사내 회원 수는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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