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지원한 선거자금에 증여세가 처음으로 부과됐다.3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중부지방 국세청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권모씨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버지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3억원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확인, 지난해 말 6,748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친인척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지원한 돈을 증여로 인정, 과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부지방 국세청은 국회의원 선거 다음해인 97년과 98년 각각 사망한 권씨 및 아버지의 상속재산 조사과정에서 증여사실을 확인, 과세를 했다.
중부지방 국세청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를 2개월 가량 앞둔 96년 2월 아버지 권씨가 개설한 3개의 차명계좌에서 총 2억9,500만원이 인출돼 아들에게 선거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문제의 3억원은 아버지 권씨가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라, 아들의 당선을 위해 자신이 직접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사용했던 것이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국세청의 과세조치에 반발, 국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제기했으나 지난달 29일 기각처분을 받았다.
국세심판원은 결정문에서 “문제 돈은 아버지 권씨가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아들인 권씨가 국회의원 선거 법정한도액을 초과해 사용한 선거비용”이라며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세무당국 관계자는 “증여세는 증여의 사실관계만을 따질 뿐 그 돈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정치자금이기 때문에 과세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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