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무사(公平無私)를 항상 염두에 두면 직원과 협력사, 경쟁사 모두와 화합하는 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진실은 통하기 마련이니까요.”금성출판사 김인호(59) 사장은 1986년 문구 제조업체인 양지사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16년째 4개 기업의 사장직을 두루 거친 전문 경영인이다.
“문구, 제본, 디자인, 출판 등 등 전혀 무관한 업종의 회사를 이끌어 본 경험을 통해 마음을 터놓고 임직원을 상대하면 기업은 올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장 이력의 시작이었던 양지사 시절의 파업 해산 일화는 그의 경영철학의 일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연쇄 파업이 전국을 휩쓸던 87년 7월 김 사장은 당시 구로공단 입주업체 중에서도 가장 강성 노동조합으로 알려진 양지사 노조를 공권력이 아닌 ‘말’로 해산시켰다.
파업 중인 300명 전직원 앞에서 “회사의 부도덕함을 꼬집고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파업이 아니라 부화뇌동하는 파업이라면 회사는 망한다.
이것이 여러분과 나의 마지막 만남이지만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다시 함께 일하자”며 눈물의 이별 연설을 하고 나왔더니 노조가 2시간여 뒤에 파업을 끝냈다. 1년 동안 해 온 근무환경 및 식사 개선, 공장 자동화 등의 성과와 김 사장의 진실이 통한 것이다.
그는 금성출판사에서도 일관되게 ‘공평무사의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급여는 높지 않지만 인사 공평과 임직원의 자율성 보장을 철저히 준수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정한 인사와 자율성만 담보되면 직원들은 행복하게 직장을 다닐 수 있습니다. 인맥과 학맥, 지연이 우리 회사의 차단 대상 1호지요.”
출근부가 없을 정도로 직원들을 ‘내버려 두는’ 회사지만 지각률은 0%에 가깝고 이직률도 업계 최저다. 장기근속자 도 업계 최다를 자랑한다. 사업부별 예산 집행권 등 전권을 담당 부서장에게 일임했고 김 사장은 그들의 공과를 평가하면 그만이다.
“대신 업적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상해줍니다.” 김 사장을 만나려면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한다. 전국의 150여개 지점 중 우수 지점으로 선정된 12개 지방 지점의 직원을 본사로 부르지 않고 일일이 찾아 다니며 포상하고 회식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올 해 목표는 매출액 배가. 지난 해 1,200억원이었던 매출을 2,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일견 황당한 단기 목표를 세웠다.
초등학생용 학습지인 푸르넷이 지난 해 6월 이후 매월 5,000여명씩 신규 회원을 확장하고 있고 세트당 145만원인 유아용 어학 프로그램 ‘크니크니’가 하루 200세트 이상 팔리는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환란을 겪으며 경기를 타지 않는 학습지 사업에 전력투구한 결과, 지난 해부터 97년 이전의 매출을 회복했고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다”며 “전집류와 학습지는 역시 금성출판사라는 독자들의 믿음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사장은
△충남 보령 출생
△홍성고, 숭실대 농촌사회학과 졸업
△양지사 ㆍ명지문화사ㆍ 그래픽아트ㆍ 금성출판사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한국2종교과서협회 중학교조합 대표
△주량 : 소주 1병
△취미 : 바둑(3급)
△부인과 1남2녀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푸르넷 '성적 보증제' 화제
금성출판사가 초등학생용 학습지인 푸르넷 회원의 성적이 1년 내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르지 않는다면 1년간 무료 구독 연장으로 보상한다는 ‘위험한’ 약속을 해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푸르넷의 성적 보증제는 1년 동안 푸르넷이나 인터넷 교육사이트인 푸르넷 아이스쿨(www.purunet.com)을 구독한 회원에게는 성적 상위 50% 이내, 푸르넷 공부방까지 이용할 경우에는 상위 30% 이내로의 진입을 약속하는 것이다.
경쟁업체들이 모험이라고 비아냥대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금성출판사가 느긋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성적 보증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대신 학부모들은 ‘자녀 칭찬하기’ ‘10분씩 자녀와 대화하기’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부모의 실천 사항은 지정된 푸르넷 학습 기간이 지난 뒤 미리 나눠준 ‘칭찬 일기장’을 회수해 점검한다.
금성출판사 이종헌 부장은 “칭찬과 대화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자연스레 공부를 하기 마련”이라며 “성적 보증제도와 칭찬ㆍ대화 프로그램을 따라오면 누구나 우등생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푸르넷은 교과서 진도와 학생의 개인 능력에 맞게 단계별ㆍ수준별 맞춤 학습을 제공하는 학습지이고 푸르넷 공부방은 대졸 학력 이상의 가정교사가 8명 이하의 정원제 수업(주4회)을 실시하는 과외 학습이다. 푸르넷 아이스쿨은 종이 학습지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 놓은 사이버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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