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환자에게 겨울은 고통의 계절이다.기온이 떨어져 혈관이 수축하면서 돌출된 치핵에 모인 모세혈관도 함께 수축해 혈액이 응고되기 때문이다.
특히찬 바닥에 앉거나 장시간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치핵이 빠져 나와 묵직한 통증과 함께 출혈이 생긴다.
음주 후에도 치질이 악화하는데 이는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동안 치핵의 모세혈관과 간과의 혈액순환의 장애가 생겨 치핵 내 혈압이 높아지고 혈관이 확장돼 출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치질은 50세 이상 성인의 절반이 앓고 있을 만큼 국민적인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0년도 입원환자가 가장 많았던 질환이 바로 치질이었다.
예전에는 불편해도 참고 지내거나, 부끄러운 병이라고 숨겼던 사람들이 차츰 병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문질환 전문 병원인 대항병원이 치질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2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치질을 자각하고 병원에 오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는 사람이 42.7%나 됐다.
여전히 치질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이 많다는 얘기인데, 여기에는 치질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탓이 크다.
★치질 수술 꼭 필요 없다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절제수술은 전체 치핵 환자의 20% 정도에게만 시행한다.
즉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할 때 불가피하게 수술을 하는 것이다.
초기 치질인 경우에는 고무밴드 결찰술을 비롯해 적외선 응고법, 전기 소작술, 경화제 주사법 등 비수술적 요법이 주로 쓰인다.
대변을 볼 때마다 치핵이 빠져 나오는 탈항이나, 염증으로 통증이 심할 때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했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 주로 수술을 한다.
항문샘이 곪아 터져 고름이 흐르는 상태인 치루는 치핵과 달리 자칫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치루암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외의 치료법으로 완치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치질 수술 아프지 않고 재발 안 한다
치질 수술만큼 고통스러운 수술도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떤 환자는 수술을 받고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할 정도로 통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
통계에 따르면 입원 기간 중 진통제 주사를 한 번도 맞지 않는 경우가 30%, 1회가 40%, 2회가 20%, 3회가 10% 정도다.
보통 수술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다.
치핵은 항문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할 경우에는 재발이 거의 없다.
그러나 치루의 이전 단계인 항문직장농양은 고름만 제거하면 거의 재발하게 되므로 염증이 생긴 항문샘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치열은 수술 후 변비를 잘 치료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치질 오래 된다고 암 안 된다
치질이 오래 간다고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치질을 수술하기 전에 먼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이 때 환자 300명당 1명 정도에게 대장이나 직장에 암이 발견되고 치질 수술 중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치루는 오래 방치할 경우 치루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질 예방법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을 항상 청결히 유지하는 게 기본이다.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김희철 교수는 “치질 기미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지면 아침에 대변을 보는 습관을 기르고 너무 오랫동안 앉은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두 차례 정도 따뜻한 물에 3~5분 정도 좌욕을 하면 항문 주위 혈액의 순환이 원활해져 예방뿐만 아니라 증세도 약해진다.
또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현미와 잡곡, 채소, 해초류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 변비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고 한 번에 10분 이상 변기 위에 앉아 있지 않아야 한다. 항문 주위에 피가 오랫동안 몰리면 증세를 악화하기 때문이다.
1. 매일 1회 화장실을 간다.
2. 화장실에는 10분 이상 머물지 않는다.
3. 화장실에 갈 때는 책이나 신문을 가져가지 않는다.
4. 배변 후에는 항문을 물로 씻거나 비데를 한다.
5. 물을 하루 2리터 이상 마신다.
6. 식사는 세 끼를 거르지 않는다.
7. 섬유소를 많이 섭취한다.
8. 매일 30분 이상 산책이나 조깅을 한다.
9. 술과 담배를 금한다.
10. 하루 한 차례 샤워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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