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이 1일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대한 구속영장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보물발굴사업 개입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수사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특검팀은 특히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국정원의 보물탐사 보고서 작성 사실을 영장에 적시, 보고서의 전달 라인에 대한 수사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검팀은 1999년 11월 이 전 전무가 발굴업자 최모(58)씨로부터“일본군 장교인 하야시가 1945년 동남아에서 뺏은 사파이어 등 20조원의 보물을 진도 앞바다에 매장했다”는 정보를 듣고 보물발굴사업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 전 전무는 한달 뒤 최씨로부터 보물매장 경위, 추정가치, 발굴작업 현황과 애로사항을 적은 자료를 제출받아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수석과 엄익준(嚴翼駿ㆍ작고) 국정원 2차장 등을 직접 찾아가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발굴업자들의 사적인 문건이 이들 외에 정권 고위층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이다.
이 전 전무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은 국정원의 행보는 국가기관의 역할에더욱 의심을 갖게 하고 있다.
엄 차장은 이 전 전무의 재촉에 따라 1999년 12월 국정원 목포출장소에 해경을 동원한 보물탐사를 지시했고, 탐사직후에는 “해저동굴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사실을 제보한 현지 발굴책임자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긍정적인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특검팀은 “이 보고서가 국정원장과 청와대 등 상부 라인에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보고서 내용으로볼 때 또 다른 기관의 개입여부에 대한 규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이 전 전무를 구속함에 따라 보물 발굴사업에서의 국가기관 개입의혹과 함께 이 사업으로 최종적인 이익을 챙긴 이용호(李容湖)씨의 정ㆍ관계 로비 여부에 수사력을 모아가고 있다.
이씨가 이 전 전무 외에 다른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31일 특검 수사기록을 검토한 서울고법도 “이씨가 주가조작으로 챙긴 154억원의 시세차익이 로비에 사용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 또 다른 정ㆍ관계 인사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그 전 단계로 이 전 전무를 고리로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집중적인 감시를 뚫고 이씨가 해외 전환사채(CB)발행과 주가조작에 성공한 과정과 배경을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1년 2월 이후 이씨의 주가조작 시세차익이 이 전 전무에게 흘러 들어간 단서를 확보, 최고 10억원대의 입출금 흔적이 있는 이 전 전무의 차명계좌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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