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임자이면서 우리더러 주채권은행이라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입니까?”‘벤처 신화’를 일궜던 메디슨의 부도 이후 채권단 내부에서 볼썽 사나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 중 메디슨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하나은행(잔액281억원)과 한빛은행(235억원)이 서로 “너희가 주채권은행’이라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은 채권단의 이견을 조율해 부도기업 청산의 뒤처리를 도맡아 해야 하는 자리.
서로 골치아픈 일을 맡지 않겠다고 티격태격 다투는 모양이 머지않아 멱살잡이까지 할 기세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하나은행. 대다수 언론이 채권 잔액을 기준으로 자신들을 주채권은행으로 보도하자 “금융감독원 공식자료에는 지난해 7월 현재 엄연히 한빛이 메디슨의 주채권은행으로 등재돼 있다”며 정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감독기관의 유권해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빛은행은 “부도 시점에 여신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주채권 은행을 맡는 것은 순리이자 관례”라며 “혼자서 총대를 메기 싫으니까 옛날 자료까지 들먹이며 억지를 부린다”고 펄쩍 뛰었다.
한 때 ‘벤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갔던 은행들의 이 같은 행태는 말 그대로 아이러니다.
특히 메디슨에 대한 신용평가를 게을리한 채 대출경쟁에 영일이 없던 두 은행이 이제 와서 주채권은행의 ‘명예’를 서로 떠넘기려는 이유는 뻔하다.
말마따나 부실기업 처리의 ‘총대’를 멤으로써, 은행 신용도에 먹칠을 당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진흙탕속에 빠졌으면서도 흙탕물을 덜 뒤집어 쓰겠다고 아웅다웅 해봐야 이미지만 더욱 더러워진다는 것을 두 은행은 깨달아야 한다.
경제부 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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