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개혁과 대통령 후보경선 문제를 놓고 이회창(李會昌) 총재 및 주류측과 마찰을 거듭해 온 박근혜(朴槿惠) 부총재가 1일에는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박 부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가 끝내 정당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그런 1인 지배 정당에 있으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부총재는 또 이날오후 늦게, 대통령 후보 경선과 당 지도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ㆍ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 잠시 얼굴을 비춘 뒤 자리를 뜨며 기자들에게 “정당개혁 문제를 해결하지못 하면 이 총재가 개혁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부총재는 “(전당대회 문제 논의 기구인) 선준위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들러리로 나서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말해 후보 경선을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 부총재는 예서 그치지 않고 “지금사람들이 우리 당에 모여드는 것은 집권 후에 한몫 챙기고 왕창 해먹기 위해서 아니냐”며 “정당개혁이안 되면 결국 해먹는 사람만 달라질 뿐 해먹는 것은 달라질 게 없다”고 주류측을 향해 직사포를 쏘았다.
최근 대구ㆍ경북(TK)세력화론을 앞장서 제기했던 대구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박 부총재가 조만간 탈당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박부총재는 후보경선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 즉 대구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입장 설명조차 하지 않는 등 경선에는 아예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박 부총재의 핵심요구사항인 대통령 선거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국민참여 경선제에 대한 당내의 강고한 반대를 허물어내기 위해선 고단위의 충격처방이 필요한 상황이기는하다.
그럼에도 주류측은 “박부총재가 처음부터 딴 마음을 먹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근원적인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결국 공은 이 총재에게 넘어간 셈이 됐는데, 이 총재가 ‘대승적 결단’이란포장 아래 박 부총재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는 한 파국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박 부총재가 당장 사단을 내리라고 속단키는 어렵다.
무작정 뛰쳐나가선 실익이 없고, 명분과 모양새를 갖추는 시간이 필요한데다 여론의 추이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박근혜부총재 일문일답
1일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의원ㆍ지구당위원장 연찬회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박근혜 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격앙된 어조로 “들러리는 서지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_연찬회도중 퇴장한 이유는.
“연찬회는할 필요가 없다. 정당개혁도 못하면서 국가혁신을 어떻게 하나. 정당 개혁은 이회창 총재가 결심할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가 의견을 밝히기를촉구하며 기다려 보겠다. 이 문제를 이 총재가 해결하지 못하면 이 총재가 개혁대상이 될 것이다.”
_선준위에는계속 참여할 것인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_이총재에 대한 최후 통첩으로 봐도 되는가.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_중대결심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인가.
“그렇다. 이런 식의 정치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1인 지배체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권력형 비리를 끝낼 수 없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
_국민을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뜻인가.
“이총재가 정치개혁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시민운동을 할 수도 있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나설 수도 있다.”
_중대결심의 범주에 탈당까지도 포함되는가.
“분명한 것은 정당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내가 이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탈당문제는 하도 따라 다녀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주류측이) 다수결로 밀어붙여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게 한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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