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를 겨우 극복하고, 또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를 통해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최근IMF는 회원국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사회분열, 정치불안, 정부역할 등 3가지 부문의 지수(指數)를 내놓았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불안정지수는 108개 회원국 중14번째로 높아 이디오피아 정도고, 사회분열지수는 148개 회원국중 72번째로 르완다 수준이라고 한다.
■ 우리나라가 에티오피아만큼 정치불안정성이 높다고 한숨을 쉴 필요는 없다.
이 보고서는 군사쿠데타 폭력데모 내각교체횟수 등을 바탕으로 30년간의 자료를 분석하여 지수를 산출한 것이니, 엄밀히 이야기하면 1970년이후 우리나라 정치수준의 종합 점수인 셈이다.
그러나 점수라는 것이 한번 공표되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니 골치아프다.
더구나 IMF가 내놓은 지수이니 우리의 현실과는 무관하게 국제사회에서 우리 신용을 깎아 내릴 좋은 소재가 된다.
■ 필리핀(17위)보다도 높은 정치불안정지수는 세계 최고수준의 정치 관심도를 가진 한국인에게 우리 정치상황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번 음미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70년대와 80년대 전반 강권적인 군사통치가 낳은 불안정은 정치적으로만 본다면 아프리카와 다를 것이 없었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이 선봉에 서서 증폭시키는 정치불안이 10여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30년간 정치상황이 그렇게 파란만장했다는 사실을 이 지수가 말해주는 것이다.
■정치불안정성이 높았던 30년이 3김이 출몰하고 세를 형성했던 기간이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제 선거에 의해서 여야가 바뀌는 평화적인 정권교체도 이룩해 봤고, 방종에 가까운 자유도 맛봤다.
올해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예비선거를 흉내낸 경선제도까지 도입됐다. 제왕적 대통령보다는 최고경영자형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정치불안정을 줄이는 계기를 유권자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올해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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