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감옥 이었어요. 화염은 다가오는데 감옥에서 빠져나갈 구멍 하나 찾지 못해 숨져간 언니,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지난달 29일 단 30분간의 화재로 12명의 고귀한 생명이 스러져간 전북 군산시 개복동 유흥음식점‘대가’에서 3개월전까지 여종업원으로 일했던 김모(23)씨가 1일 참혹했던 당시의 생활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씨는 “밤에 여종업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1층 출입문을 버튼식 열쇠로 잠그고 2층으로 올라가는 문과옆 업소로 통하는 비상구문에는 커다란 열쇠를 굳게 채워놓은 뒤 1층에 모여 잠을 자게 했다”며 “열쇠도 못미더운 듯 마담과 삼촌(남자 감시원)들이 자주 일어나 사람 수를 세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 자고싶은 마음에 한번은 2층방에 몰래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삼촌들에게 들켜 온몸이 퉁퉁 붓도록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집을 나와 서울 술집에 나가다 진 빚 3,000여만원 때문에 지난해 9월 인신매매를 통해 ‘대가’의실제 주인 이모(37ㆍ군산시 나운동)씨에게 넘겨진 김씨는 군산에 도착한 첫날부터 하루에 4~5번씩 남자손님을 받는 짐승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일이 마무리되는 아침이면 몸은 녹초가 돼 잠을 자도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윤락을 하지 않으면 당할 폭행과 협박이 두려워 생리를 늦추는 호르몬제와 소염제 등 약을 엄청나게 먹었다.
김씨는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신병자 행세를 해 한달 만에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나올수 있었다.
그는 “경찰관이 단속을 나와도 손님과 나이어린 여종업원은 유유히 뒤쪽 비밀문을 통해 빠져나가곤 했다”며 “이곳에 함께 있던 언니로부터‘단속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몸을 파는 여자도 사람인데 짐승처럼 대우받다 이렇게 허무하게 가서는 안된다”는김씨는 “경찰이 철저한 수사로 이들의 원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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