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역사(驛舍)를 둘러싼평지… 북쪽에 위치한 국사봉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 배산(背山)형 입지’건설교통부가 수도권 인구집중 분산과지방균형 발전을 위해 개발 의지를 밝힌 아산 신도시의 모습이다.
건교부는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수도권에서는 인구분산에 필요한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천안ㆍ아산에 876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지난 달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역사 주변 100만평을 이 달 중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내년 착공, 2006년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지역으로 서울권 인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와고속철도공단,도로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을 아산 신도시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도시 예정지구의 장점
지리적으로 서울과 90㎞ 이상 떨어져있어 쾌적성이 뛰어나면서도 고속철도만 완공되면 34분만에 오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건교부도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6분 간격으로셔틀형 고속철도 차량을 도입하고 통근이용자에게는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천안시가지나 아산시와의 연계성도나쁘지 않다. 천안의 신흥 주거지구인 신방동이나 백석동 택지개발지구가 가깝다.
21번 국도나 8차선 접속도로를 이용하면 10분 내에 닿을 수 있다.100만평 예정지구 서북쪽으로 삼성 테크노 콤플렉스가 위치해 있고 아산ㆍ석문 등 국가산업공단 5개,천안ㆍ오창 등 지방공업단지 12개가 이미 가동 중이다.
여기에 단국대, 호서대, 선문대 등 서울소재 대학 분교와 지방대학이 자리잡고 있어 자족형도시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발전장애 요소
초기 개발재원이 없어 구체화하지 못한것은 차치하고라도, 잠재성을 충분히 살려 중부권 최고의 신도시로 탈바꿈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건교부안이 기초하고 있는 충청남도 개발계획에 따르면이 곳은 대부분 아산시에 속하면서도 역사 주변 일부가 천안시에 물려있다.
향후 이 부분이 정비되지 않으면 지역간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역사의이름을 둘러싸고도 현재 천안시민과 아산 시민들간의 감정의 골은 깊다.
발달한 평지도 양면성을 갖추고 있다.대부분 구릉지나 전답 위주여서 녹지가 부족하다. 개발과정에 따라 쾌적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수처리나 생활폐기물 처리시설도 조기에계획하지 않을 경우 말썽을 일으킬 수 있다. 행정구역상 아산시에 속하기 때문에 아산시 관할하의 매립지와 하수처리장을 이용해야 하지만 아산시의 처리능력은현재로서 포화상태.
시개발국 관계자는 “초기 재원에서 반드시 집행돼야 할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이전이 예정된 장항선 철도가 신도시한가운데를 관통하도록 설계돼, 경부 고속철도 차량 이동과 맞물릴 경우 소음문제도 심각할 수 있다.
▼투자가치는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지않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지에서도 발표 직후 외지인들로부터 문의가 하루 10여건 이상 늘었으나, 실제 가격은 10% 가량 오르고 말았다.
부동산 중개인 정태일(鄭太一ㆍ42) 씨는 “상담은 꽤 활발하지만 실제 거래는 없다”며 “워낙 1994년 이후 반복된 일이어서 대부분 시큰둥하다”고전했다.
투자가치 판단의 척도가 되는 서울지역인구 유입에는 가격에 대한 비교우위가 절대적이다.
현재 천안 신규아파트값의 경우 서울 강북권의 절반가량인 220만원 선. 하지만 신도시는 택지조성과정에서얼마든지 공급가가 높아질 수 있다. 꾸준히 기준시가의 기초가 되는 실거래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교육환경도 선결 과제.아무리 관공서나 일터를 이전시키더라도 서울이나 수도권의 집에 자녀를 남겨두고 이 곳에 집을 구하는 중년 직장인이 많아지면 서울 지역 주택공급에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47)사장은“서울과의 심리적 거리가 1시간 이상인 지역은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집값의 절반가량으로 공급이 돼야 가격에서 비교우위가 생긴다”며 “공급가를 최대한낮추면서 서울 근교 신도시급의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는다면 투자수요 부족으로 시세차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 아산 주민들, "첫삽 떠봐야 믿을수 있다"
“몇 번씩 속아서 건교부가 직접 발표해도 믿을 수가 없어요.”
정부의 아산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해 충남 천안ㆍ아산지역 현지 주민은 ‘재탕발표’라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1994년부터 2년 주기로 4차례나 신도시 개발방안이 나왔으나 실질적인 개발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신도시개발계획에 포함된 아산시탕정면 ‘탕정지역개발위원회’윤두영(尹斗永ㆍ63)위원장은 “몇 번씩 속아서 이번 발표도 믿지 못하겠다”고 시큰둥한 표정이다.
아산시의회 역세권개발촉구위원회간사 이한욱(李漢旭ㆍ47) 의원은 “매년 초 나오는 발표로 선거를 앞둔 선심성일 수도 있어 삽질하는 것을 봐야 믿겠다”고 말했다.
2004년 고속철도 제1기착지완공과 역세권 개발의 시급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지만 제대로 추진될 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아산시 관계자는 “개발 주체가불분명한데다 개발비용 2조5,000억원의 구체적인 조달방안이 없다”며 “ 지난 해까지 충남도가 요청한 58만평규모의 택지개발조차 사업성 부족을이유로 난색을 보이던 대한주택공사가 100만평을 개발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구 분산책으로 내놓은 건교부와산하기관의 이전방안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대학 이전은 물론 서울대의 1ㆍ2학년을 위한 캠퍼스 이전 계획도 무산됐다.
모대학도 10년 전 캠퍼스 이전을 위해 신도시에서 20㎞ 떨어진 곳에 30만평을 사놓았지만 지금은 계획을 취소한 상태다.
대부분 주민들은 이번 발표가부동산 투기붐만 조장하다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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