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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운지 / 동갑내기 아줌마 배구스타 장윤희·김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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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운지 / 동갑내기 아줌마 배구스타 장윤희·김남순

입력
200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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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코트에 ‘아줌마 바람’이 거세다. 태풍의 진원지는 32살 동갑내기인 장윤희(LG정유)와 김남순(담배인삼공사).딸을 한 명씩 둔 엄마로,팀을 슈퍼리그 결승에 올려 놓아야 하는 선수로, 운동하는 남편(장윤희의 남편은 경륜선수 이경환, 김남순의 남편은 한전배구팀 센터 김철수)을 챙겨야하는 아내로 1인3역을 해내느라 정신이 없을 법도 한 데 이들의 팀내 공헌도는 절대적이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한번시작한 일은 매듭짓고 그만 둬야지 어물어물 하는 것은 질색”이라고 당차게 대답한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전남 남원이 고향인 장윤희와 광양 출신인 김남순은 고교1년때 서로를 알게 됐다. 장윤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공을 튀겨 노련했던 반면 중 3때 처음 배구공을 접한 김남순은 세기는 떨어졌지만 큰 키를바탕으로 한 센터 플레이가 위력적이었다. 둘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봤고 이후 친한 친구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국여자배구를 이끌게 됐다.

비록 팀은 라이벌 관계지만 둘은 코트 복귀를 검토했을 때 서로 자문을 구했을만큼 허물없는 사이. 1998년 은퇴했던 김남순이 장윤희에게 전화해 “팀에서 도와달라는데 어쩌면 좋을까”하고물었을 때 장윤희는 “아줌마가 애나 잘 키우지, 그 나이에 무슨 복귀니”하고말렸다.

장윤희가 지난해 전화했을 때 김남순 역시 “절대 안된다. 후회하게 될 거다”라며 제지했다. 둘이 서로 말린 이유는 오랜 선수생활에서오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70㎝의 단신이지만 뛰어난 점프와 투지로 10년간 대표팀 부동의 레프트 주공을지켜낸 장윤희는 카리스마가 있는 선수. 대담함과 침착함을 동시에 갖춰 소속팀 LG정유와 한국여자배구의 질긴 컬러를 만들어 냈다.

장윤희의 키가10㎝만 컸어도 중국이 그렇게 오래 아시아배구를 지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닐 만큼 그의 존재때문에 중국은 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교 때 가끔 백어택(후위공격)을 하는 그를 두고 감독이 “여자로는 무리다. 하지말라”고 말렸지만 기어코 백어택을 자기 것으로 만들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대표팀에 있으면 감독은 편하다. 솔선수범하는 그 때문에 후배들이 안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슈퍼리그서임신상태로 결승전을 치렀던 것은 유명한 일화.

2년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김남순 역시 180㎝의 키를 앞세워 대표팀의 대들보역할을 했다. 장윤희와 짝을 이뤄 오른쪽 화력을 담당했고 센터출신 답게 블로킹이 좋아 상대팀 레프트를 자주 괴롭혔다. 배구를 그만둔 이후 몸이시름시름 아파 다시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운동체질’ 김남순은 남편의 지도로 요즘 배구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평가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둘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배구의 침체가 안타깝기만하다. 자신들이 아직 뛰는 것은 실력 덕이 아니라 저변이 엷어진 탓에 후배들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가끔후배들이 프로종목 선수가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둘은 “구단, 협회가 합심해 빨리 프로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언제까지 뛸 수 있겠냐는 질문에 장윤희는 “좋은후배가 나오면 당연히 그만 둬야죠”라고 말했고 김남순은 “하루빨리 그만둬야 되는데”라고 답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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