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이 31일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대해 국가기관과 금융기관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향후 수사는 이 전 전무 등 정ㆍ관계인사의 청탁범위와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에 맞춰지게 됐다.특히 이 전 전무의 대가성 수사를 위해서는 방대한 계좌추적과 관련자 소환이 불가피한 만큼 비자금 등 돌발적인 변수가 튀어나올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신분을 감안할 때 이 전 전무가 대가로 받은 금품을 어디에 썼느냐는 것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대목이다.
특검팀의 영장청구는 이 전 전무가 발굴업자들과 이용호(李容湖ㆍ구속)씨로부터금품을 받고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검팀은 영장에서 이 전 전무가 1999년 12월~1월 이기호(李起浩)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엄익준(嚴翼駿ㆍ작고) 국정원 2차장, 이수용(李秀勇) 해군 참모총장 등과 접촉해 보물발굴사업의 지원을 요청한 대가로 2000년 11월 발굴수익의15%를 약정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의 금융비리와 관련해서는 이씨에게 강원 철원의 임야를 시세보다 2배 비싼 2억8,000만원에 팔고서2000년 9월 이씨의 조흥캐피탈 인수를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형택 차원’을 넘어 특검팀의 칼날이이용호씨가 보물발굴사업을 소재로 챙긴 154억원 시세차익의 행방에 집중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검팀은 이날 영장청구에 반발, 이의신청서를 낸 이전 전무에 대해 “보물발굴사업은 이 전 전무가 주도했고 이씨가 참여했을 뿐 아니라, 이씨가 이 사업을 이용해 얻은 154억원의 시세차익은 정ㆍ관계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개연성이 크다”며 구속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팀이 굳이 이 전 전무의 구속여부와 관련, 이용호씨의 정ㆍ관계 로비가능성을 적시한것은 이형택씨 외에도 이씨의 로비를 받고 청탁을 해 준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세차익금을 이용한 이씨의 정ㆍ관계 전방위 로비 의혹은이미 수차례 불거졌음에도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따라서 특검팀이 ‘로비 개연성’을 공식화함으로써 수사 확대에 따른 파장은 더욱 클것으로 보인다. 수사결과에 따라 또 다른 정ㆍ관계로비가 드러날 경우 정치권 등은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특검팀은 이 전 전무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일부계좌에서 최고 10억원대의 입출금이 이뤄진 사실에 주목,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으나 98년 검찰의 DJ 비자금 수사 당시 이 전 전무가350여개의 계좌를 관리한 전력에 비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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