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이 예약대기상태인 데도 마치 예약이 완료된 것처럼 속였습니다.”지난 20일 업무차 동료 2명과 함께 필리핀을 찾았던 김모(32)씨는 예정보다 나흘 늦은 지난달 31일 오후에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S항공여행사가 귀국편 항공권이 대기상태였는데도 예약이 완료된 것처럼 김씨 일행을 출국시켰기 때문이다. 어렵게 홍콩을 경유하는 비행기티켓을 구한 김씨는 “소송을 해서라도 여행사에 책임을 묻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필리핀 마닐라공항에는 김씨 일행처럼 서울로 돌아 오는 항공권이 대기상태임을 모른 채 출국했다가 제 때 귀국하지 못한한국인 30여명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겨울방학을 이용한 한국인 여행객이 많은데다 크리스마스 휴가 뒤 서울을 경유해 돌아가는 필리핀계 미국인이 많아 오는 9일까지는 서울행 좌석에 전혀 여유가 없는데도 영세한 국내 일부 여행사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예약 대기상태에서 티켓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되어 버린 여행객 가운데 일부는 공항에서 노숙까지 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27일 귀국예정이었던 임모(42ㆍ사업)씨는 모친의 사망소식을 듣고도 이날까지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방학이나 휴가철마다 항공권 예약 관련 고발이 수십건씩 되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안별로 처리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여행객이 항공권 예약 완료 여부를 꼭 챙겨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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