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부유층에 4~5세어린이 혀 수술이 유행이라 한다.혀와 혀 밑바닥을 연결하는 막(설소대)을 절개하면 혀가 길어져 영어의 R과 L 발음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젊은 부모들의 극성이다.
이 수술은 발음기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시술하는 매우 희소한 수술로, 정상인에게는 발음교정 효과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요즘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의 일부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한 달이면 7,8건씩 이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어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로 갖가지 질환에 시달리는 어린이도 많다.
신경성 위염은 초기 증세고, 심하면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신경성 탈모증과 본격적인 정신질환자도 많다는것이 대학병원 소아과와 정신과 의사들의 말이다.
유사 자폐증이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세, 갑자기 말을 못하는 언어장애의 원인도 영어공부 스트레스다.
영어 유치원, 영어 학습지, 영어 비디오, 영어 장난감, 영어단어 카드…. 이 강압을 견뎌낼 어린이가 몇이나 될까.
■이 영어 광풍의 발원지는 정부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영어 조기교육이란 미명 아래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1997년 이전에는 없던 일이니 부정할 수 없는 진단이다.
작년부터는 영어시간에는 영어로만 수업하라는 어이 없는 시책을 내려보내 취학 전 어린이 영어 선행학습을 부추긴 결과가 되었다.
남보다 잘하는 내 아이를 만들려는 극성이 '영어산업' 시장을 키워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어공부 비용을 국민에게 떠 안겼다.
■온 국민이 이렇게 영어에 미쳐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28일 자 '30점 국어실력'을 읽은 재미동포 한 분이 이런 의문을 제기하며 의미심장한 메일을 보내왔다.
"미국선생님들은 하나 같이 이민자들은 모국어를 잊지 말도록 계속 공부시키라고 말합니다. 모국어를 잘 하는 아이들은 영어습득이 빠르다는 거죠. 모국어 책을 많이 읽어야 어느 시점에 가서 지식이 영어로 전환되어 실력이 쌓인다 합니다."
남의 것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 얻으려 하면 내 것까지 잃게 된다는 걸 왜 모를까.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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