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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때 쏟아진'공약'들 어디갔나…선심정책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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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때 쏟아진'공약'들 어디갔나…선심정책 '용두사미'

입력
200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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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선심정책’의 상당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졸속ㆍ부실정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한국일보사 기획취재팀이 15대 대선이 치러진 1997년 1월부터 11월까지 발표된건설, 복지, 규제완화 등 각종 선심성 정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한 결과 대선후 바로 백지화하거나 시행이 무기 연기된 사업이 적지 않았다.

또 일부정책은 이미 착수한 장기 사업내역의 일부가 신규 사업인양 재포장돼 발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 정치권 등쌀에…

“맨 날 재정타령만하고 있느냐. 올해가 대선인데 그렇게 머리가 돌지 않느냐.”

1997년 4월 신한국당과의 당정회의에서 “노인들의 틀니ㆍ보청기에 대해 의료보험 적용을 검토해 달라”는 당측 요청에 대해 “보험재정 여건상 무리”라는 의견을 냈던 보건복지부 K모 국장은 당 정책조정위원장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힐난을 들었다.

또 건설교통부의 한 간부는 “선거때마다 건설 민원이 폭주해 선거철이 괴롭다”며 “당의 요청을 안들어주면 ‘당신 밥그릇은 철밥통이냐’는 식의 협박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대선의 해’에 양산되는엉터리 선심 정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권의 압력에서 비롯된다. 심지어 정부가 끝내 말을 듣지 않으면 당쪽에서 특정 정책을 추진할 것처럼 일방적으로 애드벌룬을 띄우기도 했다는 게 한 재경부 간부의 귀띔.

이렇게 날림으로 수립된 정책이 선거이후 언제 그런 것이 있기나 했느냐는 듯 사라지거나 용두사미로변질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보건복지부의 한 국장은 “올 상반기중에도 선심성이 짙은 복지 정책 1~2가지가 발표될 예정인데 제대로 이해될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용두사미 정책

1997년 10월 건설교통부가 입법 예고한 수도권정비 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표적.정부는 컴퓨터 반도체 등 7개 첨단업종과 중소기업의 수도권내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하고, 호텔 위락시설 등 관광지 조성시 종전에는 10만㎡ 이상이면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를 받던 것을 30만㎡이상으로 심의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수년간 엄격히 적용해 오던 수도권 인구과밀 억제정책을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뒤집은 것은 누가 봐도표를 의식한 선심행정이었다.

시민단체는 물론 환경부도 이에 반기를 들었다. 결국 이듬해 2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은 전부 백지화했다.

같은 달에 발표된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안’ 역시 마찬가지 결과였다.

▦육아휴직제분할 사용 ▦유아를 둔 여성의 단축근로시간제 ▦가족간호 휴직제의 도입을 골자로 이 안은 여성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기엔 예산 문제나 재계 반발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때문에 현 정부 들어 공포된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안에는 가족간호 휴직제등 핵심사안이 상당부분 누락됐다.

■ 예산고려 없이 발표 먼저

97년 5월 보건복지부는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노인 및 장애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내용 중 하나가 98년부터 70세이상 노인들의 틀니와 보청기를 의료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

틀니, 보청기가 고가의 의료 장구인데다 노인인구만 200만명에 달하는 만큼 보험재정의 확보가 선결되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복지부는 구체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1,300여원의 예산을 조달하지 못해 ‘없던일’이 된 것은 불문가지. 같은 해 농림부가 내놓은 ‘수출농단’ 조성방침도 비슷한 경우다.

경기 안성, 전남 해남 등 4개 지역에 첨단 유리온실 육묘시설 유통 및 수출시설을 갖춰 수출전진기지로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예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 그린벨트 규제완화는 예외

이에 반해 그린벨트 규제완화 정책은 한치 오차없이 시행돼 대조를 이뤘다. 건교부는9월 그린벨트내 주택에 대해 90평까지 증축을 허용하고 병의원 은행 등의 신축도 가능케 했다.

이는 외지인의 그린벨트 개발을 사실상 허용한 것으로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으나 대선을 앞둔 정부는 개의치 않았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관련 정책만큼약효가 확실한 선심책이 없어 120% 이행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김진각기자

ssyoo@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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