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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고전 '최고의 번역'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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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고전 '최고의 번역'과 만난다

입력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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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진흥재단이 199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서양학술 명저 번역 지원 사업’이 국내 학술번역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이 사업은 각 분야의 중진 학자로 구성된 ‘동서양학술명저 선정위원회’가 우선적으로 번역해야 할 고전을 선정하고, 공모를 통해 각 고전에 대한 번역자를 선발하며, 번역 결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거쳐 책으로 출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이례적으로 ‘후한’ 번역료다.

번역과제의 난이도를 따져 단독번역은 최고 2,000만 원까지, 공동번역은 3,500만 원까지 지급한다. 재단은 이러한 수준의 번역료도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올해부터는 번역료 자율신청제도를 채택할 계획이다. 번역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선정위원회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학문 분야별로 고전들의 번역실태를 조사하고, 번역의 우선순위를 목록화하며, 완성된 번역물을 평가한다.

현재 제 2기 선정위원회(위원장 이강수 연세대 교수)가 활동하고 있는데 그 동안 위원들이 제출한 조사보고서는 부실한 학술번역 개선을 위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혹독한 평가제도. 번역 과제물마다 2명의 전공심사원이 붙어 ‘중간평가’를 하는데 만족할 만한 번역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계속 재심을 한다.

끝내 통과하지 못하면 번역자는 작업을 중단하고 연구비를 반납해야 한다.

지금까지 85건의 번역과제를 중간평가한 결과 5건이 통과하지 못했다. ‘대리 번역’ ‘전공지식부족’ ‘성의 없고 어려운 번역’ 등이 번역 중단 사유이다.

재단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8권을 출판했고, 현재 22권의 책을 제작중에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형편인데다 예산도 올해 약 50억 원 등 소규모여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늦었지만 지속적으로 진행해 더욱 확대ㆍ발전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재단이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고전 번역 실태가 ‘총체적부실’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이다.

꼭 번역해야 할 고전이 번역이 안된 경우가 다반사이고, 번역을 했더라도 잘못한 경우, 일본어 중역을 통해 뜻이 잘못 전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강수 위원장은 “이웃 중국과 일본처럼 번역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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