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29일의 만찬회동으로 서먹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렸을까. 공조파기의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라 뒤늦게 밝혀진 뒷얘기들이 30일에도 무성하다.두 사람은 2시간15분 동안 식사는 거의 손대지 않고 얘기만 했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김 총재가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에게 말해 준 회동내용이다.
JP가 “내필생의 목표인 내각제를 위해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고 결연함을 비치자 김 대통령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여유도 없을 텐데 어떻게 계속 하시려고…”라고 되물었다. JP는 대뜸 “국고보조금도 줄고해서 몇 십억원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돈이 떨어지면 걸어 다니면 될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총재님(JP)이 잘 되시길 빈다”며“나도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회고록을 쓰려고 하는데 아마 총재님 얘기를 많이 쓰게 될 것 같다”고 안쓰러워 했다.
JP가 “내각제 개헌 약속을 한 만큼 국회발의는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이 정권 출범의 한 축이 (임동원) 장관 한 사람 문제도 거론 못하느냐. 정말 심히 유감이다”라고한 말이 걸렸던 모양이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JP가“납북군인 등의 인권문제를 왜 거론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등 시종 공세를 취하자 김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은 그걸 제기했느냐”고 반박, 한때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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