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서울시민들이 또 한번 ‘수돗물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시민들이 남아도는 팔당댐 물 대신 대장균 등으로 오염된 물을 마셔온 것은 어이없게도 서울시의 황당한‘값싼 물 공급정책’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 오염원수 공급 까닭은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의팔당댐 용수 생산용량은 하루 775.5만톤. 공급량은 평균 345만톤에 불과했다. 서울시민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400여만톤의 맑은 물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가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강에서 취수할 경우 톤당 35원이 들지만 팔당 물을 가져오려면 3배이상 비싼 146원을 수자원공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수돗물 가격을 살펴보면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2000년 서울시 수돗물값은 톤당 453.1원으로 전국 평균인 445.4원을 웃돌 뿐만 아니라 100% 팔당댐 물을 공급받는 과천(242.5원), 안산(252.5원)보다 곱절이나 비싸다. 서울시는 비싼 값을 받으면서도 한강의 오염된 물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팔당상수원에는 지난 8년간 환경기초시설 개선비용 1조2,000억원 등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됐을뿐 아니라 서울시민들도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톤당 11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하고 있어 시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 한강 물 수질은
지난해 서울시의 취수장수질검사 결과, 대장균군 항목의 경우 강북취수장을 제외한 구의ㆍ자양ㆍ풍납 등 나머지 5군데는 기준치를 초과한 날이훨씬 많았다. 최근 조사에서도 구의, 풍납취수장은 각각 2만9,000마리와 3만마리를 기록하는 등 상수원수 최하등급인 3급수도 안됐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역시 지난해 10월 팔당 1.0(기준치 ㎴)에 비해 풍납ㆍ자양지점은 각각 2.4와 2.1을 기록하는 등 한강취수장의 오염도가 훨씬 높았다. 먹는물 원수로는 ‘못 쓴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팔당에서 불과 20㎞ 정도 떨어진 이들 지역의 수질이 극심하게 악화한 것은 이 구간에 유입되는 왕숙천 등 8개 하천 때문. 민주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구리,남양주 등의 생활하수가 그대로 유입되는 등 오염원 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 식수원이 위협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대장균등을 없애기 위해 염소소독 등을 강화하면 소독부산물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재로서는 상수원을 팔당으로 옮기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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