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신화가 무너지면서 재벌처럼 문어발확장을 꾀한 벤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다각화’와 ‘역량강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분별없이 자회사를 늘려가다 자칫 메디슨이 걸었던 길을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유동성 문제가 닥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선두업체 외에,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업체들은 자회사의 어려움만으로도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1999년 이후 공격적으로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나 자회사들의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체들이 ‘제2의 메디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견 정보통신 장비업체인 A사는 부채규모가 자본금의 2배를 넘는데도 무리한 인수를 거듭했다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현재 매월 이자비용으로만 수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데다 자회사도 사업을 접어야 할 단계에 이르러 평가손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채 평가등급이 낮아질 경우,유동성이 크게 달릴 수 있어 위태롭다는 분석이다.
무선 인터넷 업체인 B사의 경우 자본금이 10억여원에 불과한데도 자본금의 2배가 넘는 자금을 빼내 투자하다 문 닫기 일보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워진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추가로 투자금을 받았지만 이마저 다 써버려 투자의 여력도 상실한 상태다. 별정통신 솔루션 업체인C사도 사업방향과 무관한 인터넷사업체에 손을 대다 최근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문에 휩싸여있다.
e-비즈컨설팅그룹 강태영(姜泰榮)대표는“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1999년 같은 IT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메디슨사태를 계기로 벤처업계의 무리한 경영이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종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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