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의 ‘I Love You’, 왁스의 ‘오빠’, 원타임의 ‘Sucka Busta’…외국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성공한 노래들이다. 올해는 이 같은 히트팝 리메이크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BMG-자이브레코드, 워너, 유니버설 등 외국계 음반사에서 원곡의 사용승인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봄에 나올 신인가수 중 20여팀 정도가 히트팝을 리메이크해 음반에 실을 계획이다. 지난해 비하면 두 세 배쯤 늘었다” 고 말한다.
게다가 리메이크곡이 과거와 달리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 타이틀곡이나 후속곡으로 비중을 두는 것들이라고 한다.
드라마 ‘피아노’ OST로 한껏 성가를 올리고 있는 남성듀오 캔의 3집 앨범에는 주제곡 ‘내 생에 봄날은…’을 비롯, 서던 올스타즈, 튜브, 안전지대 등 일본 아티스트의 히트곡 리메이크가 4곡이나 수록되어 있다.
캔측은 “곡의 흥행가능성이 이미 검증되었기 때문에 안전하다. 비용도 국내 유명작곡가보다 오히려 저렴하다”고 말한다.
여가수들은 도나 서머나 마돈나, 신디 로퍼처럼 비트 강한 복고풍 노래를, 남자가수나 아이돌 그룹은 일본 곡들을 선호한다.
드는 돈은 곡당 200~500만원선. 조금 쓴다고 덜 받지는 않는다. 최근 활동을 시작한 그룹 JTL의 ‘Enter The Dragon’은 영화 ‘용쟁호투’ OST를 앞부분만 따 샘플링했지만 곡 전체의 값을 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 수준 이하의 가수들이 자기 곡을 난도질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는 한 사용승인 담당자의 말처럼 자기 곡을 남이 쓰는데 유독 까다로운 사람들이 있다.
에릭 클랩튼, R.켈리 등이 유명하다. 이재수에 의해 패러디를 ‘당한’ 스콜피언스의 경우 본래 승인을 꺼려했지만 당시 이재수의 국내 반향이 컸던 터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마지못해 승낙했다고 전해진다.
기존 히트곡을 갖다 쓰는 대신 외국 뮤지션에게 직접 곡을 받는 경우도 있다.
JTL은 백스트리트 보이스, 엔싱크 등의 프로듀싱을 담당했다는 요한 구나르손 등 영미권 작곡가로부터 3곡을 받아 실었다.
t(윤미래)의 음반에도 ‘She’ ‘Old School Love’ 등 미국 작곡가 존 얼 와트리의 곡이 들어가 있다.
리메이크보다 작품가치는 있지만 손대기가 만만치 않다. 자칫 유명세에 휘둘려 국내 유명작곡가보다 2, 3배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t의 경우 운 좋게도 작곡가가 한국에 와서 작업을 같이 했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곡을 만들어 믹싱까지 끝난 상태에서 한국 가수의 목소리만 입힌다.
이 경우 보컬과 곡이 겉도는 문제도 생긴다.
리메이크든, ‘직수입’이든 외국 작곡가들의 손길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8개 음표 내에서 더 만들 곡이 없다”는 한 유명작곡가의 한탄에 그 답이 숨어 있다.
일부 음반제작자들은 국내 유명 작곡가의 곡들이 “그만 그만한 스타일에, 표절 위험도 있는데 값은 엄청나다”며 외국곡을 찾는다.
‘검증된 히트곡’이라는 장점도 점점 격전지가 되어가는 음반시장에서 제작자들을 잡아 끄는 매력 중 하나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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