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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부시의 불안한 亢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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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부시의 불안한 亢進

입력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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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ㆍWㆍ부시 대통령의 집권 2년 째 연두 국정 연설은 위세 당당하다.나라 안팎 치세의 목표로 내 건 테러 척결과 국가 보위,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넘친다.

말 그대로 항진(亢進)이다. 심심풀이 프레첼이 걸려 졸도, 낙상한 때의 우스운 모습은 없다.

주춤하던 국민 지지도 다시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름자의 W를 흔히 'Dubya'(다브야)로 발음하는 어린이처럼 어눌하고 미숙하다고 해서, 그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린 1년 전과는 딴판이다.

그러나 부시의 비상(飛翔)도 마냥 지속되지는 않을 조짐이다.

파산한 텍사스 에너지 기업 엔론과의 유착 스캔들이 이미 날갯짓을 방해하고 있다.

의회와 민주당은 인기 절정의 전쟁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우려, 에너지 정책을 맡은 체니 부통령을 대리 과녁 삼고 있을 뿐이다.

텍사스 석유회사 회장을 지낸 체니 부통령에 대한 의회의 압박은 위협적이다. 무려 11개 위원회가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의회의 올가미는 조금씩 꾸준히 죄어들 것이고, 공동 대통령으로 지칭된 체니가 옭매이면 부시도 날갯죽지가 상한다.

기세가 꺾이면 정책 변화를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부시와 미국의 거침없는 행보가 못 마땅한 쪽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

국민 지지를 업고 신 제국주의 전략으로 국제 질서 주도력을 한껏 높인 기세에 민주당과 의회가 얼마나 도전할 것인지 회의하는 시각도 있다.

민심과 국익을 거스르는 인상을 주는 것은 금기이고, 청문회를 이끌 의원 248명중 212명이 엔론과 회계법인 앤더슨의 정치 헌금을 받은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엔론 파산은 세계무역센터 붕괴 못지않은 충격을 던졌다.

엔론 성장 신화는 신자유주의의 득세를 상징했다. 규제철폐를 통한 공공 에너지의 경쟁 공급과 인터넷 거래에 바탕한 증시(證市) 자본주의의 금자탑 이었다.

그 신화가정경유착과 회계부정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허구로 드러난 지금, 엔론의 시장 광신은 아프간 탈레반에 비유된다.

10년을 풍미한 신자유주의 이념이안으로부터 허물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텍사스 석유 자본 등 보수 이익과 이념을 대표한 부시는 경제와 민심이 거듭 고양될 것을 기대하겠지만, 전쟁의 흥분이 가시면 보수적 국내외 정책에 대한 견제도 커질 것이다.

사리가 이런데도 부시가 여전히 위세를 뽐내며 항진하는 것을 어떻게 볼까.

고답적 해설보다는, 프레첼 낙상의 원인으로 추정된 갑상선 기능 항진에 주목하는 시각이 재미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과다한 발양(發揚)성에서 오는 건강 불안, 특히 음식이 걸려 졸도하는 증세는 갑상선 기능 항진인 그레이브스(Graves) 병으로 판명됐다.

아들도 이 유전성 질환 때문에 같은 행동 양식과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방사선 치료로 임기를 채웠으나 재선 문턱에 걸렸다. 아들도 같은 운명일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세 반전을 기대하는 주된 근거는 갑상선 치료 아닌 미국 체제의 균형 복원력이다.엔론 사태와 강경 대외 노선은 모두 극단적 보수 이념의 과다한 작용 때문이고, 미국 사회가 그 항진 증세를 마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게 미국의 진정한 힘이고, 진면목이란 지적이다.

이렇게 보면, 워싱턴을 찾은 이회창 총재가 지나친 보수적 발양성을 보인 것이 딱하다.

내정간섭 수준의 야당 총재 환대에 고무된 탓인지, 북한에 더 이상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서글프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대권 장악에긴요한 지지를 노렸겠지만, 결식 노숙자에게 경쟁 논리를 강의하며 질책하는 강퍅함을 보는 듯 하다.

민족과 지역을 포용하겠다던 햇볕 대통령이 위선과 아집 때문에 조락(凋落)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갈갈이 찢긴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가 미리부터 편협한 보수와 강경한 극단에 기우는 것은 더 큰불행이다.

내년 이맘때, 미국과 한국이 각기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를 헤아려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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