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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전성시대…"또다른 놀이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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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전성시대…"또다른 놀이공원으로"

입력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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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K씨(64).

처녀 시절엔 일명 ‘고무신 부대’로 동네 극장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최근 십 수 년 간 언제 극장에 갔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그런 그가 지난해 멀티플렉스 극장인 강남 메가박스에 다녀온 이후 영화팬이 됐다. 이젠 분당의 ‘CGV야탑’이나 ‘CGV오리’ 등 멀티플렉스만 찾아 다닌다.

극장에 가지 않았던 세대를 극장으로 끌어 들인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멀티 플렉스의 확장이다.

입장료 7,000원을 내면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보다 더 고급 시설에서 두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멀티플렉스는 상영관이 많은 ‘복합 상영관’과는 차별화되는 용어다.

멀티플렉스의 요건은 최소한 5개 이상의 상영관이 갖춰져 있고, 스크린과 영사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 등이다.

전문적으로 구분하면 스크린 수가 많다하더라도 서울극장은 복합상영관이고, CGV는 멀티플렉스이다. 멀티플렉스는 지난해 말까지 197개 스크린으로 전년도 108개에 비해 82% 증가했다. 국내 스크린 수는 818개다.

■ 너무 많다고" 아직 멀었다

올해는 멀티스크린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문화 사각지대인 구로에 CGV가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청량리, 신촌, 영등포, 노원, 상계 등 멀티플렉스 소외지역에 집중 공략이 시작되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약진으로 서울극장 주변의 종로 3가, 충무로 등 ‘극장 터줏대감’들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대한극장이 멀티 플렉스로 변신한 데 이어 단성사, 피카디리도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지방에도 멀티플렉스 시대가 본격화한다.

CGV는 수원에, 백화점 및 할인점내 임점하는 롯데시네마가 안양 안산 창원에, MMC가 대구에, 메가박스가 대구와 해운대에 입성한다.

연말까지 266개 스크린(전체의 30%)에 3대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05년까지 600개스크린의 멀티플렉스, 480개 스크린의 복합상영관이 들어서면서 단관은 120개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과포화를 우려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멀티플렉스의 천국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업계 2위인 로우즈 씨네플렉스 등 10여 개의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했다. 과다경쟁 탓.

■ 달라진 관람문화. 그러나...

멀티플렉스는 영화 관람 문화를 바꿨다. 20대 연인들의 장소였던 극장이 가족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흥행 폭발에는 이러한 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자막’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영화 관객층은 자국어 영화를 즐긴다는 것은 이미 영화계의 통설이다.

프랑스(1인당 5.2회)의 ‘아멜리에’, 독일(1인당 1.9회)의 ‘마니투의 신발’ 등 흥행 1위를 세운 영화는 모두 자막이 필요없는 자국어 영화.

우리나라 ‘친구’의 흥행 폭발도 같은 이치다.

그러나 멀티플렉스는 관객의 ‘문화 선택권’을 제한하기도 한다. 지난해 상영운동까지 펼쳐졌던 일련의 작가주의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 멀티플렉스에 걸린 적이 없다.

때문에 스크린은 10여 개라도 상영 영화는 흥행작 5, 6개에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다.

멀티플렉스의 논리는 단순하다. ‘지불한 만큼 즐겨라’.

극장 하나 짓는 데 100억 원이 넘게 들어가니 그런 주장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그 권리 안에 문화의 다양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멀티플렉스가 도시인들에게 ‘놀이 공원’을 대체할 강력한 위락시설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멀티플렉스 비교

이모(25·여·서울 구로동)씨는 평소 지하철 2호선이 닿는 메가박스나 씨티극장을 주로 찾았으나 28일 '디 아더스'를 보러 CGV구로를 찾았다."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너무 좋다."

문모(26·서울 수서동·회사원)씨는 매주 토요일오전 메가박스로 영화를 보러 간다.신용카드로 인터넷 예매를 하면 조조에는 2,400원이면 영화 한편을 볼 수 있다.하지만 예매권 교환창구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은 짜증스럽다.조조시간대가 오전 9시 안팎으로 이른 것도 불만.

그렇다면 스크린수가 가장 많은 메가박스(코엑스),멀티프렉스로 탈바꿈한 종로권의 대한극장,구로지역에서 최초라는 CGV구로,신흥영화특구 강남에 새로 들어선 씨네시티의 장단점은?

앞 사람 때문에 스크린이 가려지는 게 싫다면 대하극장이 적격이다.앞뒤 좌석의 높이 차이가 무려 38cm로 극장 윗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CGV구로는 앞뒤 좌석의 높이 차이가 약 30cm.1998년 가장 먼저 생긴 CGV강변보다 10cm쯤 늘어났다.

걷기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라면 메가박스가 좋다.아래층에 잇는 10개의 대형상영관의 경우 입구는 매표소와 같은 층으로,출구는 코엑스몰과 같은 층으로 연결돼 있어 동선이 효율적이다.대한극장는 8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돼있지만 한 사람만 탈 수있을 정도로 좁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한 대뿐인 엘리베이터는 이용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즐길 거리도 많다.패스트푸드나 간단한 음료,팝콘등의 스낵코너는 기본,대한극장에는 스타벅스 커피,베트남음식도 즐길 수 있고,스카이라운지,당구장까지 있다.씨네시티에는 스카이라운지(15층)와 웹스테이션이 있고,CGV구로에는 쇼핑백을 보관할 수 있는 코인락커가 있다.

요즘은 제 값 주고 영화보면 손해,CGV와 메가박스는 이동통신업체의 멤버십카드와 신용카드에 할인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삼성애니패스카드나 각종 이동통신 카드로 결제하면 1,500원씩 할인 받는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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