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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방의 조건

입력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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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에게 사업다각화는 '뜨거운 감자'다.입천장이 데는 한이 있더라도 군침이 도는 유혹의 대상이다. 어떤 기업인은 이렇게 말한다.

"비단 내자신의 부와 권력 확대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기업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자연히 그런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위험분산, 시너지효과, 인사적체 등 현실적 압력이 분출해 돌파구가 필요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업인에게는 한 우물을파는 게 다각화하기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이런 사업 다각화는 세계 기업사에서 보듯이 사선(死線)과 활로(活路)의 양면을 띠고 있다.

■미국 ITT그룹의 흥망성쇠는 지금도 전설처럼 인구에 회자된다.

그 극적인 영욕이 한편의 영화를 방불케 한다. 1920년 전화회사로 출발한 이 그룹은 60년대 제럴드 제닌이 회장으로 들어선 이후 무차별적인 '기업쇼핑'에 나선다.

호텔 렌터카회사 등 10여년에 걸쳐 사들인 기업 수가 무려 350개에 달했으니 아마도 기네스북 감이다.

눈부신 성장으로 찬사를 받던 이 공룡그룹은 70년대 말 제닌의 퇴임과 함께 급격히 쇠약해지더니 결국 다른 기업에 흡수 합병되고 말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또 다른 사례다.

에디슨이 설립한 전등회사가 모체인 이 그룹도 1980~90년대 대대적 다각화에 나섰다.

잭 웰치 당시 회장이 주도한 선단식 확장경영은 금융에서 인터넷사업까지 '문어발'을 뺨쳤다.

이 그룹은 이로써 도약을 이뤄 오늘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외형과 고수익 창출로 최우량 기업의 반열에 서 있다.

다각화 기간 중 전체 종업원이 오히려 3분 1 이상 줄어든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국내 벤처의 신화를 창조했던 메디슨그룹이 부도를 냈다.

다각화와 차입경영이 화근이라 한다. ITT가 다각화로 한동안 승승장구했던 것이나 GE의 선단식 전략이 성공한 배경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탁월한 최고경영자가 있었던 것이다. 제닌, 웰치 두 사람 다 불세출의 경영 마술사라는 데 어느 전문가들도 토를 달지 않는다.

메디슨이 실패한 것은 결국 그런 '조건'을 갖추지 않고 재벌을 흉내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 다른기업을 모방하더라도 그것은 퍼즐의 한 조각 뿐이다. 퍼즐에는 다른 부분들이 더 많다."(잭 웰치)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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