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농수산물시장 VS 노량진 수산시장그냥 잠자리에 들기가 아쉽고 싱싱한 활어회 한 접시가 생각날 때.
퇴근 길 동료들과 어울려 값싸고 푸짐한 회식 자리를 갖고 싶을 때. 이럴 땐 가락동농수산물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에 가 보자.
두 시장은 전국 산지에서 올라온 먹거리가 도ㆍ소매상에게 전달되는 중간 유통지 역할을 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먹거리도 풍부하다.
가락동은 국내 최대의 종합 농수산물 도매시장답게 ‘먹고 싶은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를 자랑한다.
노량진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오랜 역사와 질 좋은 수산물로 차별화돼 있다.
두 시장의 먹거리는 갓 출하된 것이어서 값이 싸고 신선도가 뛰어나다. 심야에 왁자지껄한 시장통을 쏘다니다 보면 삶의 의욕이 솟아나는 소득도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방금 산지에서 올라온 회 맛 좀 보고 가세요”.
팔뚝만한 농어가 펄떡거리다가 상인 아주머니의 날렵한 칼질에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밤 10시 수산시장 건물 안.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의 8개 분야별 시장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이 곳에 들어서니 활어회 점포 100여 곳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고 업무를 끝내고 한잔 하러 온 회사원들과 인근 아파트에서 온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전남 수산’이라고 쓰여진 회 점포에 들러 수족관에 있는 농어를 고르자 주인 아주머니가 즉석에서 회를 쳐 접시에 수북하게 내왔다.
하얀 살점을 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넣었다. 쫄깃쫄깃하고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회를 치고 남은 뼈 조각과 낙지ㆍ우럭을 함께 넣고 끓인 매운탕, 덤으로 나오는 바닷장어(아나고)와 밥 세 공기, 소주 2병. 이렇게 일행 3명이 푸짐하게 먹고 낸 돈은 5만 원.
“신선도까지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이 곳 활어회는 시중가의 절반 수준입니다. 산지에서 막 올라온 물건으로 음식을 만드니 맛이 뛰어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박철주 수산직판상인조합장).
스팀이 들어오는 의자를 비롯한 난방 장치가 차가운 겨울 날씨를 막아준다.
수산시장 못지 않게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 직판시장이다.
이 곳에 들어서니 500여 점포의 진열대마다 사과, 배, 곶감, 오이, 상추 등의 탐스러운 과일ㆍ야채류가 가득히 쌓여 있다.
김만기 농수산물공사 홍보실장은 “주부들이 간식이나 찬거리를 사러 들르는 저녁 7시 무렵에 붐비고, 심야에는 대형 식당 주인이나 백화점 관계자가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시중가보다 10~30% 저렴하고 물건을 손질해서 팔기 때문에 곧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이밖에 청과시장 주변에는 소매상인들이 당일에 처리하지 못한 물건들을 쌓아놓고 팔고 있고 서비스동에는 식당 100여 곳이 시장 상인과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음식을 팔고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싸게 파는 축산물직판장도 인기다.
가락동 수산시장은 운동장 넓이의 분야별 시장들이 광활하게 늘어서 있는 곳. 입구만도 4개여서 초행이면 자칫 헤매기 십상이다.
남부순환도로쪽 북문으로 들어오면 일반 소비자에게 필요한 수산시장, 직판시장이 가깝다.
■노량진 수산물시장
비슷한 시각 노량진수산물시장 안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통행이 가장 잦아 이름 붙여진 일명 ‘소비자 거리’.
활어 점포가 양 편으로 늘어서 있는 이 곳에 들어서면 발목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은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노량진 수산물시장은 활어를 파는 곳과 먹는 곳이 분리돼 있다.
활어 점포에서 어류를 사면 회를 쳐주지만 즉석에서 먹을 수는 없다. 시장 내 8개 식당에 가져가야 회를 먹을 수 있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매운탕으로 만들어준다.
8개 식당은 제각기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며 주인 손맛에 따라 매운탕 맛이 차별화돼 있다. 가장 오래 된(1927년 설립) 역사를 갖고 있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활어 점포에서 1㎏짜리 농어 2마리를 구입해 미자식당으로 가져가니 매운탕을 만들어주었다.
양념값 8,000원, 공기밥 1,000원 등을 포함해 일행 4명이 푸짐하게 먹으니 6만 5,000원.
“노량진시장이 수산물 전문이다보니 어류 품질이 뛰어나고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아요. 같은 값이면 이 곳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업계에선 인정하는 사실입니다.”(이연우 노량진수산시장 기획팀 과장)
미자식당은 노량진수산물시장이 서울역에 자리하던 1950년대부터 운영돼 왔고 변점례(작고) 할머니가 운영하다가 지금은 딸 변영예씨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 토박이였던 변 할머니의 손맛으로 매운탕 맛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대를 잇는 손맛에 반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유명 단골 인사가 많다.
별장식당은 상호가 고(故) 장택상 초대 경무국장이 별장으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장택상씨가 직접 심었다는 가게 앞 고목나무가 있고 노량진역을 통과하는 기차의 철거덕하는 소리가 운치를 더해준다.
이 식당 자리는 조선 초 문신 김종서(1390~1453)의 거처였다는 기록도 있다. 가게 주인이 황해도 출신으로 깔끔하고 정갈한 매운탕 맛이 특징이다.
주차빌딩 옆 건물 2층 회센터에선 일반 회집과 마찬가지로 전문 요리사가 조리한 회를 먹을 수 있다.
노량진시장은 수산물 전문시장이지만 농산물도 판매한다. 서울청과라는 별도법인이 배, 사과 등의 과일을 싸게 팔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안의 수산시장은 산지에서 막 올라온 활어회를 즐기는 손님들로 밤늦게까지 북적댄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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