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불허하고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된 병역법 조항이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이에따라 현재 2,000여명에 달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단독 박시환(朴時煥) 판사는 29일 지난해 10월 입영을 거부, 병역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21)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입영거부자에 대해 최고 3년형을 구형토록 한 병역법 제88조1항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사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이씨에 대해서는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보석으로 석방했다.
박 판사는 결정문을 통해 “병역법이 양심적ㆍ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적절한 예외규정 없이 모든 현역입영거부자를 처벌토록 규정한 것은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국방의 의무와 헌법에 보장된 사상ㆍ양심ㆍ종교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있을 경우 둘 사이의 조화와 양립이 관건”이라며 “대체복무의 경우국방의 의무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반면 종교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자에 대한 강제징집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일부 종교를 중심으로 한 병역거부로 인해 매년 500여명씩 지금까지 1만여명이 실형을 선고받아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시민운동가인 오모(27)씨가 병역거부를 선언한 뒤 참여연대와 인권운동사랑방 등 8개 시민ㆍ사회단체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확보를 위한 연대모임’을 결성,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판사는 “양심적ㆍ종교적 병역거부 문제는 18세기 중반 미국을 시작으로 독일과 포르투갈, 브라질, 대만, 동유럽 등 상당수 나라에서 헌법과 법률을 통해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기본권이 침해받을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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