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중국 은행들의 금융 스캔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이를 방치하면 정치ㆍ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홍콩의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는 최신호(31일자)에서 중국의 은행들은 행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불법 대출을 일삼고 있으며 금융 개혁 조치가 단행되지 않으면 은행들의 연쇄 도산에 따른 예금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금융 스캔들은 지난달 11일 4대 국유 상업은행 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CCB) 행장이자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지낸 왕쉬에빙(王雪氷ㆍ49)이 부정 대출과 관련, 파면되면서 국제 금융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1993년 중국 2위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OC) 행장으로 발탁된 王은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직접 천거했다는 설이 나오는 등 중국 금융계의 실세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FEER에 따르면 중국은행 뉴욕 지점은 1991~99년 은행 간부는 물론 당ㆍ정 간부들과 친분이 있는 특정 개인 등에게 한도를 초과한 수십억 달러를 대출했으며, 1988~93년 뉴욕 지점장을 지낸 王도 이 사건과 연루돼 파면됐다.
중국 최대 금융 스캔들인 이 사건은 미국 상무부가 90년대 말부터 불법 대출 사건을 조사, 지난달중순 뉴욕 지점과 중국은행 본점에 각각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王의 연루를 통보 받아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음에도 불구, 2000년 그를 다시 CCB 행장으로 임명하는 등 은행과 당ㆍ정의 유착의 워낙 깊어 부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王은 형사 처벌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행 부 행장 출신이자 朱 총리의 측근인 주샤오화(朱小華)도 부패와 관련돼 99년 파면된 이후 3년 가까이 수사를 받고 있으나 아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중국 금융계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당ㆍ정의 대출압력과 불투명한 회계 등에 따른 부조리가 만연돼 치유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으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 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부 압력에 따른 불법 개인 대출과 최고 대출 고객인 국유 회사의 부실 경영 등으로 4대 은행의 불량자산 총액만 18조 위안(2,500조원)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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