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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세상읽기] (146)'나쁜 뉴스' 효과

입력
200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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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미국사 학자들은 과대평가된 대통령으로 꼽는다.61년 취임, 그 2년 후 암살되어 업적을 평가하기에는 재임기간도 너무 짧다고 한다.

쿠바의 카스트로를 치기 위해 무모하게 피그만을 공격하여 참패하고,체포된 미군에게 식ㆍ의약품을 제공한다면서 쿠바에 거금을 제공한 사례에서 보듯, 그는 위기관리능력에서 부족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임당시에도, 오늘날에도 많은 미 국민들은 그를 사랑한다.

그를 JFK라는 약식애칭으로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인들조차 역대대통령평가조사에 응답할 기회를 가지면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그는 어느 조사에서나 42명 대통령 중 중상위를 기록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 국민의 케네디사랑에는 몇 요소가 있는 듯하다.

활기차고 잘 생겼던 인간적매력, "여러분의 나라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여러분의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물어보라"로 대표되는 웅변, 뉴프런티어에서 보여준 비전 등등.

요절한 데 대한 안타까움도 작용한 듯하다. 그가 매혹적인 영부인과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언론은 젊음과 세련된 교양, 새 스타일을 기대했고 작가, 예술가, 노벨상수상자들은 기꺼이 백악관초대에 응했다.

그러나 미국사 학자들은 케네디의 성격과 도덕성을 크게 문제 삼는다.

동생인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처남 사전트 쉬리버를 평화봉사단장으로 임명하여, 소위 네포티즘(nepotism), 우리식으로 하면 친척등용 내지 족벌정치를 한 점을 특히 문제 삼는다.

케네디 이후, 의회가 곧바로 내각과 중요공직에 대통령의 친인척임명을 금지하는 반친척등용법(anti-nepotism law)을 제정한 것을 보면 케네디 시절의 네포티즘 폐해논란을 알 법 하다.

미국사회에서 네포티즘 다음으로 폐해가 논란 되는 것은 크로니즘(cronyism)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끼리끼리 연고주의이다. 네포티즘은 크로니즘을 동반한다는 생각이 깊다.

우리 사회를 흔들어놓은 게이트 사건들이 지난 주말부터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논의의 초점이 좁혀지면서 '비리로 얼룩진 역대대통령의 친척들'이 다시 들먹여지고 있다.

참, 친인척비리도 많았구나 싶고 나쁜 뉴스, 추문은 결국 들추어짐을 느낀다. 미국에서의 대통령 친인척비리추문은 얼마나 될까.

세계최대의 법률ㆍ언론자료를 가진 렉서스ㆍ넥서(www.lexis-nexis.com)를 보면 수십 개 이상이다.

30대 카터, 42대 클린턴, 현재의 부시가 다 들어있다. 한 학자의 말이 흥미롭다.

“네포티즘과 크로니즘은 다른 부패보다 사람들을 분개하게 만든다. 기회균등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을 밟고 깊은 정치불신을 부른다.”

우리의 대통령 친인척비리논의는 쉬 잠잠해지기 힘들다. 야당이 대통령친인척비리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들은 과거보다 윤리기준이 높아져 더 분개하고 있다. 나쁜 뉴스의 효과이다.

박금자편집위원

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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