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61)가 베르디 오페라의 테너 아리아 전집을 4장짜리CD로 냈다.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최근 선보인 이 전집은 베르디 오페라 총 28편에 나오는 테너 독창 뿐 아니라 중창, 합창이 포함된 장면까지 망라해 베르디 테너의모든 것을 담고 있다.
어느 테너도 하지 못한 위업이다. 카를로 베르곤지가 1974년 필립스에서 베르디 전집을 냈지만 거기 실린 곡은 31개로 도밍고가 녹음한 53개에 못 미친다.
이 전집은 30년이 넘는 오랜 작업의 결실이다.
95년까지 그는 18편의 베르디 오페라를 소화했고 그 중 상당수를 공연실황으로 녹음했다. 나머지 10편의 아리아 20여 곡은 1999~2001년 스튜디오에서 새로 녹음했다.
최고의 지휘자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90년대 중반까지 녹음에는 카라얀ㆍ레바인ㆍ클라이버ㆍ솔티ㆍ번스타인ㆍ줄리니ㆍ무티ㆍ바렌보임등이, 최근 녹음에는 게르기예프와 정명훈이 함께 했다.
도밍고는 “오페라 가수로서 내 경력의 40%는 베르디”라며 “훌륭한 지휘자들과 함께 베르디를 해온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수많은 베르디 테너 중에서도 그는 다양한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가수로 꼽힌다.
고음을 잘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지만, 이는 그가 바리톤으로 출발해 테너로 변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피나는 노력으로 음역을 조금씩 넓혔으며그 결과 누구보다 강한 목을 갖게 됐다. 60세를 넘기고도 힘든 역을 해낼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 덕분이다.
그의 노래는 너무나 수월하게 고음을 내는 ‘하이 C의 제왕’ 파바로티 같은 경쾌함은 없지만 깊이와 강인함, 정열이 느껴진다.
도밍고는 오페라 가수로서 많은 위업을 달성했다.
67년 비엔나 국립가극장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뒤로 지금까지 118편의 오페라에 3,000회 이상 출연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68년 데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41개 역으로 600회 이상 출연했으며 시즌 개막공연 최다 출연(18회) 기록도 갖고 있다.
예전 최고기록은 카루소의 17회인데 99년 도밍고가 깨뜨렸다.
음반 작업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0편 가까운 전곡 녹음 외에도 다이내너 로스, 디온 워윅, 마이클 볼튼 등과 팝 스타와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앨범을 비롯해 수많은 크로스오버 음반을 냈다.
이밖에 50편이 넘는 비디오와 3편의 오페라 영화(‘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오텔로’)를 찍었다.
70년대부터 지휘에도 눈을 돌려 세계 주요 극장의 오페라뿐 아니라 시카고 심포니, 런던 심포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여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96년 워싱턴 오페라 예술감독이 됐고, 재작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도밍고 16세에 결혼…무며시절 나이트클럽 활동
테너 마리오 란자가 트럭 운전사였듯이 플라시도 도밍고도 무명시절이 있었다.
본격적인오페라 가수로 나서기 전 도밍고는 나이트클럽 피아니스트로 유명했다.
오페라ㆍ뮤지컬 단역 가수, 미국 팝송 편곡자 겸 가수, TV 음악극 제작자, 합창단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그의 나이 17세부터 21세 때까지의 일이다. 아직 어린 10대 후반에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하게 된 것은 결혼을 빨리 했기 때문이다.
16세에 멕시코 처녀와 결혼해 17세에 아기 아버지가 되는 바람에 일찌감치 생업에 나서게된 것이다. 194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그는 사르수엘라(스페인 전통 오페레타)가수인 부모를 따라 8세 때 멕시코로 이주했다.
14세에 멕시코 국립음악원에 들어가 피아노ㆍ성악ㆍ지휘를 공부하다가 결혼으로 학업을 포기했다. 그때부터 부모가 공연하는 사르수엘라에 바리톤으로 출연하면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의 오페라 인생에 길이 열린 것은 21세 때 이스라엘 헤브루국립오페라에 들어가면서부터.
음역도 바리톤에서 테너로 높이기 시작했다. 거기서 2년 반 동안 많은 경험을 쌓은 뒤 미국과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65년 미국 뉴욕 시티 오페라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67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가극장부터 73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까지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 데뷔를 마쳤다.
그 뒤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62년 멕시코 소프라노 가수와 재혼했다.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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