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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TV토론이 유세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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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TV토론이 유세장인가

입력
200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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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신문들이 대대적으로 대선예비주자 인터뷰로 지면을 채운데 이어 이제는 방송사들까지 가세해서 장시간을 할애, 'TV토론'이란 이름으로 전파를 낭비하고 있다.TV토론의 순기능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서 유권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예비주자들에 대한 주요 공중파 방송들의 무분별한 과잉대우는 설득력이 없다.

우선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아직 대통령 선거는 11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언론에서 벌써부터 대선분위기로 몰아간다는 것은 국력낭비다.

또한 아직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자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너나 할 것 없이 후보로 나선 사람들에게는 모두 기회를 주고 있다.

그 근거나 기준은 무엇인가. 소수당에서도 후보라고 나서면 예외없이 방송에 출연시킬 것인가.

공중파 방송 3사가 모두 나선다는 것도 대권병에 걸린 한국언론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다.

정치전문 케이블TV에서 할만한 내용을 SBS와 MBC는 1,2월, KBS 3월 이렇게 일제히 방영한다는 것은 전파낭비다.

저조한 시청률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방송이 권력의 하부구조를 스스로 자처하는 모습이다.

후보자들이 굳이 TV토론을 원한다면 이들에게 돈을 내고 방송시간만큼 사도록해야 한다. 공영방송조차 이들에게 한 푼도 요구하지 않은채 선심을 쓴다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

시청료를 올릴 생각하지말고 이런 당연한 수입원이나 제대로 챙겨야 하지않겠는가.

그 다음, '예비후보에게 듣는다'고 하면서 제목은 'TV토론'이라고 명명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것은 TV토론이 아니다. TV토론이라면 후보자들이 나와서 쌍방간에 특정주제를 가지고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방식은 토론이 아니라 기자회견식의 정견발표다. 일방통행식 자기주장과 자기합리화로 일관하고 있어 제대로 검증조차 할 수 없다.

그 내용을 분석하면 '뽑아주면 잘하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답변이 대부분이다. 그들로부터 무슨 들을 것이 그렇게 많다고 공중파 방송들이 나서서 값비싼 전파를 무료로 제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내의 TV토론은 미국의 방식을 원용한 것이다. 영국은 TV 속성상 정책토론이 어렵고 옷차림, 표정관리, 넥타이 색깔고르기 등 피상적인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된다고해서 아직도 TV토론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TV토론도 한국처럼 각 당의 후보가 나서기만 하면 주요 방송사들이 무료로 방영해주지는 않는다.

각 당의 공식 후보군이 결정된 뒤에 비로소 TV토론이 이루어진다. 공중파 방송들이 시작한 뒤 경인방송에서도 곧 'TV토론'이란 것을 하겠다고 한다. 무분별한 TV토론은 이제 정리돼야 한다.

TV의 속성상 사실 정책토론은 쉽지가 않다. 대신 현재 진행중인 프로그램에서 중점을 두고 반드시 다뤄야할 사안이 있다.

그것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다. 후보자의 병역과 병력, 재산형성 과정의 투명성, 세금납부 실적내역, 본인을 포함한 자식들의 병역이행 여부, 범죄기록 등을 따지고 물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각당의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정해지기까지 공중파 방송들은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 다음 현재 패널들이 대부분 '고명한 교수님들'로 구성된 것도 문제다.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심층적으로 많은 자료들을 수집, 정리해서 변명이 아닌 사실관계 확인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 교수나 변호사들은 적합하지 않다. 노련하고 취재경험이 풍부한 언론인들이 나서야 한다. 국민이 외면하는 'TV토론 홍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창룡 인제대 교수 언론정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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