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사' 자가 붙은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려면 여자측에서 최소한 열쇠 3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선발 인원이 많이 늘었고, 가치관도 다행해졌다고 하지만, 판사 검사 의사 등은 여전히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힌다.
공무원도 이 집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국가 시행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나라가 '보장'하니 인기가 높은 것인가.
■한 결혼정보회사가 아내의 내조와 처가의 경제력이 청렴한 공직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설문 조사를 내놓았다.
이 회사 회원 중 사법ㆍ행정고시 출신의 공직자 및 예비 공직자 2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8%가 '아내의 내조가 청렴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답했고, 54.7%는 '처가의 경제력이 청렴한 공직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3명 가운데 1명이 공직 비리의 원인으로 '적은 수입'을 꼽은 것으로 보면 그 같은 대답이 나온 것이 이해가 간다.
■처가가 부자이면 부정 부패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박봉'의 어려움을 견디어 내는 것은 결국 아내 몫이다. 옆 길로 빠지려는 것을 지켜주는 사람은 아내다.
최후의 수비수인 것이다. 처가가 부자여서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각종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양심을 지키며 소신에 따라 일을 할 수가 있다.
이 경우 도움을 준 처가나 고생한 아내의 부탁 정도는 쉽게 물리칠 수있다는 것이 전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설문 결과를 보면 어쩐지 씁쓸하다.
사법ㆍ행정고시 합격자들이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로서 손색이 없다. 자타가 인정한다.
이들이 '청렴'을 내세워 재력과 결합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현실을 모르고 지나치게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지만, 처음부터 너무 현실적인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 또한 든다.
왜 최고의 엘리트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은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부정 부패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 않는 것일까. 진짜 우문(愚問)인가.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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