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과열 분위기를타고 아파트 청약이 투기대상으로 변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에서는 이른바 ‘떳다방’과 투기를 노린가수요 세력들이 몰리면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다반사여서 청약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4월이면청약 1순위 가입자가 전국적으로 130만명이 추가로 늘어나 ‘청약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20배수 청약제나 청약증거금제 등 청약과열 차단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오락가락 청약제도
주택청약제도는 부족한 주택금융재원을 조성하고실수요자에게 아파트 분양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 처음에는 국민주택청약부금, 주택청약예금, 재형저축등 3가지 형태 예금 가입자들에게 청약기회를 우선 부여했으나 그 뒤 청약예금과 청약부금으로 단순화했다.
그러나 80년대말 부동산 투기붐이 불면서청약예금 자체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으며 투기화하자 예금가입기간에 따라 청약기회를 차별화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를위해 98년 6월 수도권지역 전입자의 청약제한과 청약배수제가 폐지되는 등 청약자격 규제가 완화됐으며, 2000년 3월 청약예ㆍ부금 가입 대상자가세대주에서 20세이상 성인으로, 청약저축 취급기관이 당시 주택은행에서 전은행으로 확대됐다.
■4월이면 청약대란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청약부금 등 청약통장가입자수는 99년에 160만5,962명에 불과했다. 2000년 3월 237만2,000명에서 6월 367만3,000명으로 3개월사이에 130만1,000명으로증가한후 2000년말 379만1,328명을 기록했다. 이때 늘어난 가입자중 100만여명이 올 4월이면 1순위자가 돼 청약대란이 불가피하다.
문제는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내집마련 수요자보다 투자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대거 참여, 청약과열현상을 초래하고 있는것. 당첨후 프리미엄은 인기 아파트의 경우 3,000만~5,000만원선이 보통이다. 최근 분양한 강남의 인기아파트인 LG빌리지의 경우 프리미엄이1억5,000만~2억원까지 붙었다. 한마디로 ‘청약통장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청약자격제한여부
건교부는 가뜩이나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수십, 수백대1로 치솟고 있는가운데 4월부터 1순위자가대거 늘어날 경우 1,000대1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방지를 위해 청약증거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청약증거금제는 주택공급가격의 일부를 청약전에 예치토록 한뒤 당첨시에는 계약금으로 전환하고 낙첨될 경우 이자와 함께 되돌려주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약증거금제도입은 청약과열현상을 다소 진정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는 반응이다. 청약제도의 근본취지인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과 청약과열현상을막기 위해서는 97년 폐지된 무주택자 우선 공급과 공급물량의 일정 배수만큼 장기가입자순으로 제한하는 청약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특히 전용면적 25.7평이하 분양물량을 무주택가구주에게 우선 공급한다면 실수요자의 당첨확률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대표는“4월부터 청약자가대폭 늘어날 경우 실수요자가 청약을 통해 내집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가수요자를 차단할 근본적인 정책이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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