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잔디밭이다. 세상에 잔디밭을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그것도 그냥 잔디밭이 아니다. 잔디밭 사이사이에는 온갖 화초가 있고 세상에 좋다는 나무들이다 모여 있다. 골프장에는 산이 있고 들도 있다.도랑물, 계곡물, 분수,폭포, 호수가 있고 심지어는 바다도 있다.바위가 있고 조약돌도 있다. 골프장은 초록색 바탕 위에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예술작품이다.사람들은 흔히 골프를 단순 밋밋한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단순하지가 않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타고르의 ‘가장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의패러독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골프를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해보면 결코 지루하지 않다.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골프를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은바하의 무반주 첼로소나타, 또는 펄벅여사가 미닫이창 너머에서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가야금 산조의 깊은 맛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골프는 혼자서 하는 운동으로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물론 골프를 하고 있노라면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ㆍ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감)’이라는 공자의 말씀이나, ‘자승최현(自勝最賢ㆍ자신을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자)’이라던 법구경의 가르침이 절로절로 떠오른다.그러나 골프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아니다. 골프장의 설계자가 조물주이든 혹은 사람이든, 골퍼는 언제나 코스 설계자의 뜻을 잊어서는 안되는 운동인것이다.
골프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자게임 못지않은 오락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재미가 있다. 때로는 재미를 넘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골프중계를 함께 보던 아들 녀석이 " 아빠, 골프는 하느님이 우승자를 미리 정해 놓고 하는 것 같아!"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골프경기는 실력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골프의 스코어가 잘 나오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 골프라는 경기에는 우연성이 너무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위의 컵까지 가는 동안 플레이어의의지나 예상과 달리 조물주의 뜻에 좌우되는 변수가 많은 것이다.
골프의 우연성은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행심을 부추긴다. 가끔씩 골프장에서 터지는 도박사건은 골프의 우연성에서 비롯된다고말할 수 있다. 또한 골프의 우연성은 사람들의 정복욕을 불태우게 한다. 하지만 골프는 영원히 정복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골프에는 완전이라는 것이 없다. 이래서 골퍼는 철학자가 되지않을 수 없고, 골프가 인생과 닮았다고 회자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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