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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석변호사 실종사건 다시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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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석변호사 실종사건 다시 미궁

입력
2002.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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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자취를 감춘 유창석(柳昌錫) 변호사 실종사건(본보 2001년 12월29일자 31면 보도)이 끝없는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발견된 유골이 DNA감식 결과 유 변호사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8일 발견된 유골과 유 변호사의 어머니와 동생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미토콘드리아DNA 분석을 통해 대조한 결과, 동일 모계(母系)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경찰에 통보했다. 미토콘드리아DNA 분석은 동일 모계의 여부를 판독하는 유전자 감식법이다.

DNA감식을 맡았던 국과수 유전자연구실의 박기원 실장은 “800쌍의 DNA 염기서열을 대조해서 도출한 결과이기 때문에 틀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DNA분석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이 사건을 자살로 잠정결론 내렸던 경찰은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은 유골의 신원이 밝혀지기도 전에 ‘타살이라면 유골 근처에 신분증 등의 증거물을 누가 남겨 놓겠느냐’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서둘러 자살로 잠정결론을 내린 셈이어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구두로만 통보받은 상태라서 뭐라 대답하기 어렵다”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유씨에 대해 수배조치를 내리는 등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살이라는 잠정 결론의 잘못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경찰이 곤혹스러워하는 것 이상으로 이번 사건의 미스터리는 증폭되고 있다. 우선 제3의 유골이 왜 유씨의 신분증이 든 양복과 함께 발견됐느냐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의 하나 다른 사람의 유골과 유씨가 버린 옷이 비, 바람등에 휩쓸리다가 우연히 같은 장소에 놓이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개연성을 상정하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골과 유씨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유씨가 ▦조직폭력배등의 협박을 피해 영원히 은둔하기 위해 죽은 사람 옆에 자신의 물건을 남겨놓고 자살을 위장했거나 ▦누군가 유씨를 살해한 다음 유기했다가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서 유품을 다른 유골과 함께 버렸을 가능성 등을 상정할 수 있다.

경찰은 이 부분을 밝혀내기 위해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 DNA검사를 실시하는 등 신원을 수배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유 변호사 실종사건에 조폭 관련 여부 수사도 다시 벌이기로 했다. 유변호사는 실종 직전 슬롯머신 업자 관련 사건을 직접 수임하지는 않았지만 담당재판장에게 부탁을 하는 등 비공식 수임의 대가로 슬롯머신 업자의 부하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유 변호사가 그러나 관련자가 실형을 선고 받자 1,500만원을 돌려주고 나중에 변호사 사무장을통해 나머지 500만원도 돌려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씨가 이들로부터 압력을 받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유 변호사는 1994년 4월 18일 운전사와 함께 구치소로 사건 의뢰인을 접견하러 가던 중 '절에 가고 싶다'며 대모산 입구에서 내린 뒤 실종됐었다.지난달 21일 대모산에서 유골과 함게 유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양복과 신분증이 발견돼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이 유골을 유씨의 것으로 추정해 왔다.

■ 유창석사건 관련 일지

1993. 10. 29 변호사 개업

1993. 11월 정덕진씨에게서 슬롯머신 관련 사건 변호 활동 부탁받고 2,000만원 받음

1994. 3월 조폭관련 사건 수임

1994. 3월 정씨에게 1,500만원 돌려줌.

1994. 4월초 사무장 김모씨를 통해 정씨에게 500만원 돌려줌.

1994. 4월18일 실종

1994. 11월 친구 이원창(한나라당 의원)씨에게 전화메시지 남김

2001. 12월21일 서우 강남구 대모산에서 유골과 함께 신분증 발견

2002. 1월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대모산 발견된 유골이 유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결론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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