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7일 자신이 이끌던 에너지 정책팀이 접촉한 인사들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구한 의회의 주장을 거부하는 대신 차라리 법정에 출두하겠다고 말했다.체니 부통령의 이 같은 대응은 엔론사 파산사태를 정경유착으로 몰고 가려는 의회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백악관의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FOX 뉴스와의 회견에서 “지난해 에너지 정책 특별 대책팀이 수행한 업무에는 아무런 비밀이 없으며 당시 우리는 에너지 관련 기업 뿐만 아니라 노동계,환경운동가 등 모든 부류의 사람들과 접촉을 했다”면서 “의회 조사관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미 의회 조사관들에게 방대한 금융 및 기타 관련 자료들을 제공했다”며 “따라서 접촉한 인사들의 명단, 당시 논의한 내용, 자문받은 내용, 관련회의 비망록 일체 등을 추가로 제출하라는 것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려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우리는 지난해 8월 필요할 경우 법정에 나가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관련 기록을 제출하지 않아 피소될 경우 법정에 출두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결정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 “체니 부통령의 자세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미국인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행정부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맞섰다.
지난해 8월부터 자료제출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의회 회계감사원(GAO)의 데이비드 워커 원장은 백악관에대한 소송제기 여부를 이번 주중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의 연금기금이 엔론사의 주식에 투자했다가 약 3억 3,5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엔론사가 부시 지사를 포함해 플로리다주 정치인들에게 상당액의 정치헌금도 제공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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