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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성 5주기전…동양적 신비에 녹아든 '자유·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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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성 5주기전…동양적 신비에 녹아든 '자유·평화'

입력
2002.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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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예술가는 그의 모든 캔버스 위에 자유와 평화에 대한 한국인의 향수를 그린다. 그것은 곧 잃어버린 천국에 대한 향수이다.”소설 ‘25시’의 작가 비르질 게오르규는 1970년대 말 한 전시팸플릿 서문에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한국화가 이항성(1919~1997)에 대해 이렇게 썼다.

72년 도불 후 국내에서는 거의 잊혀졌던 그의 작품세계가 이국 땅에서 벽안의 외국인을 뜨겁게 감동시킨 것이다.

2월 1일~3월 10일 서울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열리는 ‘평화-이항성 5주기전’은 국제적인 평판에 비해 소홀히 취급됐던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평가하는 자리이다.

97년 2월 8일 사후 처음 열리는 이번 유작전은 도불 후 30여 년 동안 제작한 1,000여 점 중에서 미공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북 익산 출신인 고인은 광복후 한국에 미술교육이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으면서도 1945년 문화교육출판사를 설립해 ‘서양미술사’ ‘세계미술전집’ 등을 발행했고, 56년에는 최초의 미술 월간지 ‘신미술’을 창간했다.

이와 함께 어린 후학들을 위해 51년최초의 국정 미술교과서를 펴내기도 했다.

작가로서 활동은 72년 프랑스폴 파게티 화랑과 전속계약을 맺은 후 줄곧 유럽 화단에서 이뤄졌다. 한지를 잘게 찢어 캔버스에 덧붙인 후 먹과 유채를 가리지 않고 사용한 그의 독창적 기법은 현지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피에르 마자르는 “(색채와 형태가) 분해된 그의 작품에서는 구상보다도 더 근본적인 진실이 나타난다”고 평했다.

이 화백은 무엇보다 ‘평화의 작가’로 유명하다.

“나의 작품은 평화의 염(念)을 한지의 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평소 지론처럼, 그의 작품에는 자유와 평화에대한 염원이 녹아 있다.

KAL기 격추사건을 표현한 ‘평화, 명상지념’이 1992년 미국 뉴욕 유니세프 본부 건물 현관에 영구 전시된 것도 이러한 작가의 염원이 작품 속에 생생히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전시작은 한지 위에 먹과 유화물감의 은은한 번짐 효과를 노린 대작들이 대부분이다.

자유분방하게 수십 겹 쌓인 견고한 한지 바탕 위에 먹과 오일로 상징된 동양과 서양이 평화롭게 만나는그런 풍경이다.

검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는 구상성이 강한 작품(95년 작 ‘생명의 빛’)도 있고, 순수 조형미를 탐구한 작품(93년 작 ‘역념ㆍ力念’)도 있다.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 김미라씨는 “고인은 하늘을 나는 새, 바람에 흩날리는 화초, 꿈틀거리는 상형문자 등을 통해 동양의 신비와 세계 평화라는 주제를 함께 담아왔다”며 “한지를 통한 이러한 서정적 작품세계가 이번 전시를 통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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