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이 된 동창들끼리 모임을 갖기로 했다.그런데 막상 만날 장소를 정하려 하니 넉넉히 이야기를 나눌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 대부분이 아이들까지 데리고 만나야 할 상황이라 괜히 불편하고 눈치가 보일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가 차라리 조금 힘이 들더라도 회비로 음식을 준비해 서로 돌아가면서 집에서 마음 편히 모이기로 결론을 내렸다.
바로 그 첫모임이 지난 주말 우리집에서 있었다.
나 역시 손님상을 차려 본 기억이 까마득해 10명분의 상을, 그것도 넉넉하지도 않은 회비로 차려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미 하기로 결정한 일.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알뜰 상차림을 위한 내용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우선 같은 재료나 같은 양념의 음식을 피할 것, 요리 방법을 다양하게 할 것, 색감을 살려 식욕을 살릴 수 있도록 할 것, 집에서 매일 먹는 밑반찬 요리는 피할 것 등….
남거나 부족하지않게 적당한 양으로 장을 보기로 했다. 또 신선하고도 가격이 덜 나가는 다듬지 않은 재료로 구입해 일을 하기로 했다.
대상이 아이들과 여자들인 만큼 무겁고 진한 것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요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로 메뉴를 짜고 고급 재료를 못 쓰는 대신 정성을 듬뿍 넣어 고급스런 상차림(?)을 만들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고민 끝에 짠 메뉴는 다음과 같다. 단호박 죽, 스틱 샐러드, 미트볼 케첩 조림, 생선 삼색 말이 튀김, 닭찜, 영양밥, 봄동 배추 된장국, 통도라지 고추장 볶음, 굴과 호박전, 백김치.
값비싼 소고기는 미트볼에 돼지고기와 반씩 섞어 쓸 요량으로 조금만 구입했고 부담없는 가격의 동물성 단백질 식품인 동태살, 닭, 굴로 재료를 다양하게 했다.
통도라지의 경우 마음 같아서는 더덕구이를 하고 싶었지만 도라지를 씻어 고추장과 함께 팬에 윤기가 나도록 볶아냈다.
아이들을 생각해 매운 양념이 들어가는 요리는 이것 하나만 준비했다.
하루전날 이런저런 손질을 해 두고 미리 소스를 만들어 두었더니 바쁘지 않게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와, 손님 치르기 대성공! 영수증을 모아 보니10명의 상차림 비용이 과일을 포함해서 총 7만 4,000원이었다.
고생은 좀 했지만 적은 비용으로 마련한 음식으로 모두들 즐겁게 지내다 가는것을 보니 마음도 뿌듯하고 상차림에도 자신감이 생긴다.
친구들을 보내고 현관문을 들어서며 내친 김에 ‘다음 주에는 남편 친구들도 한번 초대해 봐?’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정미경ㆍ여성포털 ‘여자와닷컴’ 칼럼니스트 chrn619@hanmail.ne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