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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엄마들 "아이 어디에 맡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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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엄마들 "아이 어디에 맡길까"

입력
2002.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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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주부의 가장 큰 고민은 어디에 아이를 맡길 것인가이다.어디에 누구에게 맡겨도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마다 다르다.

시댁과 친정, 이웃 아주머니, 보모, 놀이방에 아이를 맡기는 20대 후반~30대 초반 다섯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어머니에게

윤정란(29ㆍ인천 K초등학교교사)씨 11개월 된 아들을 맡김

출근할 때 집 근처의 시댁에 아들을 맡겼다가 퇴근길에 데려오고 있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부터 시어머니가 “아이는 내가 돌봐 주겠다”고 약속한 터라 신접 살림을 시댁 근처에 장만했다. 근무지인 학교까지 출근이 1시간 남짓 걸린다.

출근길에 내가 아이를 시댁에 데려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날씨가 추울 때는 시어머니가 직접 집으로 오시기도 한다.

아무래도 핏줄이다 보니 시어머니의 손주 사랑이 대단하다. 그래도 종일 아이한테 시달리고 살림도 제대로 하지 못해 고되신가 보다.

“내가 얘 업느라고 허리도 못 편다” “이놈 보느라고 친구도 못 만난다”고 농담처럼 던지는 말에 신경이 쓰인다.

방학 동안은 시어머니가 아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며느리 입장에서 퇴근길에 아이를 데리러 시댁에 들르면 설거지라도 해야지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다.

하는 만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머니 성에 안 차는 것 같다. 육아방법이 다르다고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시어머니에게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인터넷을 보니까 전문가가 이런 것을 권하던데요”라고 자료를 뽑아드린다.

시부모 앞에서 동화구연하듯 동화책이나 영어책을 읽어주었더니, 얼마 후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시아버지도 어색해하면서도 책을 읽어주었다.

일 때문에 퇴근이 늦어질 때는 솔직하게 “어머니 저 정말 바빠요”라고 말하고 다음날 먹을 것을 사 들고 간다.

명절이나 생신, 제사 같은 때 40만~50만 원씩 챙겨 드린다. 때론 두집 살림하는 기분이다.

젖병이나 아기 옷뿐만 아니라, 내 옷은 시댁에, 시어머님의 옷은 내 집에 있다 보니 두 개씩 장만해야 한다.

■친정 어머니에게

곽신숙(29ㆍ삼성어린이박물관 운영팀)씨 24개월 된 딸 맡김

산후 휴가를 끝내고 처음에는 시골의 시댁에 딸을 맡겼다.

친정과 시댁 모두 첫 손주다보니 서로 맡아 준다고 했다. 시댁의 의견을 우선 따랐다.

문제는 밤마다 가슴이 저밀 정도로 보고싶은 딸을 주말에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이가 9개월쯤 됐을 때 서울로 데려왔고 동네 아줌마에게 맡긴 지 1주일 만에, 가족 아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믿느냐는 친정부모와 시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친정에 맡기기로 했다.

딸을 맡기기에 편하도록 서울 반포동에서 경기 성남시로 이사했다. 친정과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4명의 동생들도 번갈아가며 돌봐 주지만, 친정엄마의 짐이 가장 무겁다.

관절이 좋지 않지만 손녀를 업어주어야 하고, 봉사활동도 그만 두었고, 수영도 친정아버지가 퇴근한 후인 오후 3시에나 할 수 있다.

매달 고정적으로 50만 원씩 드리고 있지만 가끔 보약도 지어드리고 동생들한테도 용돈도 주는 등 때때로 성의 표시를 하고 있다.

친정 어머니가 “애 잘 보고 있을테니까 출장가거나 스키장에 놀러 가렴”하고 먼저 말을 꺼낼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다.

퇴근 후 저녁도 얻어먹고 반찬도 가져다 먹는다. 친정 식구들이 장난감 같은 것을 사다 주면 고맙게 받는다.

친정 어머니는 은근히 나의 직장생활이 탐탁치 않은가 보다. 전업 주부가 아이를 하루종일 돌보는 것을 보면 지나가는 말처럼 “회사 그만 두고 아이 키우면서 사는 것도 보람 있는데…”라고 한다.

친정과 살림이 분산되다 보니 딸 옷이나 장난감 등에 이중으로 돈이 들어간다.

‘방귀대장 뿡뿡이’ 비디오는 두 개다. 친정엄마의 도움에 마음이 편하지만, 남편의 고충이 크다. 처가와 가까이살다 보니 대소사도 꼬박꼬박 챙기고, 처가 식구들 운전사 노릇도 해야한다.

■이웃 아주머니에게

서종희(29ㆍ회사원)씨 7개월 된 아들 맡김

같은 아파트에 사는 40대 후반의 이웃 아주머니에게 아들을 맡긴지 5개월째다.

아주머니가 오전 7시 30분에 데리러 오고 저녁 7시에 데려다 준다.

요즘엔 아들이 나보다 아주머니를 더 따른다. 서운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아이를 이웃 아주머니에게 맡긴 것은 친정과 시댁에 맡기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댁과 친정이 자동차로 15분, 45분 거리로 여유가 없는 출ㆍ퇴근 시간에 아이를 맡기거나 데려오기가 버겁다.

거리가 멀면 아이를 주말에나 만날수 있는데, 남편이 싫어 했다.

아주머니는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고 ‘주변정보에 강한’ 경비 아저씨에게 소개 받았다. 이웃 아주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면 저녁에는 직접 데리러 가야한다는데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저녁에도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려다 준다.

아주머니에겐 매달 60만 원을 준다. 내가 늦을 경우 아주머니가 아이를 더 돌봐주기도 하고, 내가 휴가를 받아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늘어도 보수를 빼거나 더하지 않는다.

우유나 아기용품 등은 물론 내가 부담한다.

전문 시터를 고용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시터가 날마다 집으로 오면 아무래도 점심 식사 등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또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서 100만 원 가까운 월보육료가 들어가는 시터를 쓸 바에야 아이를 돌봐주는 아주머니가 낫다고 생각했다.

월보육료가 협상하기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한 친구는 아주머니와 협상을 잘해서 월 40만 원을 주고 있지만 또다른 친구는 비슷한 조건에 100만 원을 내고 있다.

■보모에게

김이선(27ㆍ유나이티드에어라인 직원)씨 10개월 된 아들 맡김

지난해 3월부터 아들을 베이비시터 업체에서 파견한 보모에게 맡기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1시간이다. 시부모나 친정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 분들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을 테고 아이가 짐이 될 것 같았다.

주변에 수소문해 아이를 돌봐 줄 보모를 찾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전문업체와 연락이 됐다.

회원 가입비로 8만 원을 지급하자 ‘아기상해보험’에 가입됨과 동시에 보모를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급료도 부담이 되고 모르는 사람에게 집을 맡긴다는 것이 불안도 했지만 보모가 마음에 들고 아이도 잘 따르기 때문에 만족한다.

월보육료는 지난해 88만 원이었지만 올해 들어 99만원으로 올랐다. 파견업체에서 가져가는 수수료가 5%에서 10%로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비용이 부담된다. 만약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돈을 벌 목적으로 맞벌이를 한다면 보모를 고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두 아이를 돌봐 줄 경우 150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둘째 아이가 생기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하고 있다.

집안 물건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기우일 뿐이다. 업체에서 보모를 고용할 때 신원 검증을 확실히 한다고 들었다.

■놀이방에

신현정(33ㆍ홍보대행사 근무ㆍ가명)씨 36개월 된 딸 맡김

외동 딸을 동네 놀이방에 맡겼다가 퇴근길에 데려오고 있다.

혼자 자란 딸이 서너살 나이 많은 언니, 오빠들하고 부대끼면서 제법 의젓해졌다.

퇴근길에 놀이방에 들르면 짐짓 어른 흉내를 내며 엄마를 맞이하는 것을 보면 흐뭇해진다.

놀이방에 월보육료 35만 원을 내고 있다. 예전에 동네 아주머니에게 맡길 때 월 110만 원을 내던 것에 비해 가계부 부담이 크게 줄었다.

놀이방이 집 근처에 있어 바로 데려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놀이방이 처음은 아니고 두 번째이다.

지금의 놀이방을 결정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30여 곳에 전화하고 직접 방문했다.

놀이방 선정에 신경 쓴 이유는 지난해 초 첫 번째 놀이방에서의 ‘악몽’때문이다.

딸을 돌봐주던 동네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만 두어 급한 김에 인테리어가 깔끔한 동네 놀이방을 찾았는데 보름 만에 아이가 독감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알고 보니 놀이방 교사가아이가 감기 걸리면 골치 아프다며 무조건 옷을 껴 입힌 거였다.

옷을 껴 입고 땀을 흘리다가 오히려 감기에 걸린 것이다. 한참 뛰어 놀 나이의 아이가 옷을 껴 입었으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놀이방을 고를 때 첫째 기준은 선생님이고 시설은 부차적인 문제임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놀이방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파트나 상가에서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놀이 환경과 시설에 한계가 있다.

■맞벌이 엄마의 육아 7계명

▲웃는 얼굴로 퇴근하라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 피곤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귀찮아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아이 앞에선 밝은 얼굴로 대한다.

▲아이에게 엄마의 일을 이해시켜라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 지제스처를 써가며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어른들의 세계에 신기해하고 엄마가 낮에 집을 비우는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아이 앞에서 양육인(기관)을 나쁘게 말하지 마라

아이가 보모나 놀이방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으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없다.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오늘 선생님이 재윤이에게 뭐라고 하던?”하는 식으로 물어본다.

▲수시로 연락한다

출근하면서 아이 침대에 ‘사랑한다’는 메모를 남겨놓고 사무실에서도 짬짬이 인터넷 메신저를 한다.

아이에게 엄마가 가정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알린다.

▲사랑을 선물이나 돈으로 대신하지 마라

아이와 언제나 같이 하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에 선물이나 돈을 남발하면 아이는 버릇없고 응석받이가 된다.

아이가 보상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에 선물을 준다.

▲양보다 질, 짧은 시간에 실컷 놀아준다

회사 일로 몸이 피곤하다고 해도 퇴근 후 시간만큼은 아이를 위해 희생하라.

단 1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몸이 흠뻑 젖도록 신나게 놀아준다.

▲스킨십을 충분히 하라

평소 아이를 안아주고 함께 목욕하거나 베이비 마사지를 해 준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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