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TV로 홈쇼핑을 즐겨 보는 주부 A씨는 지난해 봄 “에어컨 파격가”라는 말에 급히 전화기를 들어 15평형 에어컨을 130만 원대의 가격에 10개월 할부로 구매했다.그러나 얼마 후 비슷비슷한 가격대의 에어컨 판매가 잇달아 방송됐다. 더 싼 물건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쓸데없이 서두른 자신이 속상했다.
겨울철은 홈쇼핑매출이 급증하는 시기. 우리나라의 구매자 평균 액수는 100달러(미국 30~40달러)에 육박해 중산층 이상의 쇼핑 행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5개 홈쇼핑 업체의 매출은 2조 원. 하나라도 더 팔려는 홈쇼핑 업체와 한푼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다.
■이번이 마지막?
같은 조건의 상품으로는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최고 히트 상품이었던 옥돌매트의 경우 할부 개월, 사은품 지급 여부 등에 따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따라서 12개월 할부는 마지막이라도 다음에 10개월 할부에 방석을 끼워 주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특히 ‘스테디 셀러’의 경우에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같은 이치로 특가(가격을 낮춘 경우), 기획(생산자와 협의를 거쳐 가격을 정한 경우), 독점(다른 채널에는 없는 상품), 횡재ㆍ대박(대부분 ‘떨이’하는 경우) 등의 용어를 구분하자.
■소비자는 사은품에 약하다
20만 원 대 상품에 1만 원짜리 프라이팬을 ‘전 구매 고객’에게 지급하는 경우와 ‘딤채 30명 추첨’의 경우 어떤 상품이 더 잘 팔릴까.
소비자들은 가능성이 희박한 고가품보다는 눈 앞의 물건에 약하다.
실제로 프라이팬 하나를 사은품에 얹으면 매출이 5배까지 올라간다. 사은품은 대체로 업체 부담. 사은품을 원가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요즘은 ‘사은품=매출 신장’이라는 생각에 업체가 사은품에 더 적극적이다.
■외국명 브랜드에 약하다
지명도 낮은 국내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는 인색하다.
반면 ‘피에르…’ ‘크리스찬…’ 식의 이름이 붙으면 매출이 현격히 올라가는 편. 그러나 한글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높은 편이다.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많다. ‘미쏘니’ ‘펜디’ 등 오리지널 명품이 아니라면, 이름 값을 못하는 명품보다는 실속 상품을 골라 보자.
■의류의 경우 브랜드 특성을 익혀라
LG 홈쇼핑에 소개되는‘그레이스 리’는 30대 이상을 위한 정장과 니트 단품, 랑유 김정아의 경우 벨벳 소재 의상과 정장류가 전문.
반면 20, 30대 직장인이라면‘isoface’ ‘diffe’ 등 선이 깔끔한 세미 정장과 단품이 알맞다.
■모델과 시간대를 익혀라
일단 간판급 호스트나 모델이 나온다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할인폭이 크거나 사은품이 많은 주력 상품.
이용ㆍ미용품은 오전, 컴퓨터는 오후 10시대, 일요일 오전에는 레포츠 용품으로 구성한다.
유아용품은 오후 4~5시 대에 편성하고, 침구나 속옷은 심야 시간대에 방송된다.
■이색 상품을 노려라
발품 팔지 않고 신상품을 만나는 것은 홈쇼핑의 기쁨. 말로 여닫을 수 있는 쓰레기통이나 자체 수입 외국산 기능화장품, 디자이너 브랜드의 속옷 세트(LG쇼핑 김정아, CJ39쇼핑 이신우)는 다른 데서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저렴한 편.
시험적으로 운용해 보는 영어캠프나 여행상품 등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크다.
■파격가 가전제품은 구형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CD플레이어, 전동 칫솔 등 유행에 민감한 소형 가전품은 새로운 모델이 나올 경우 구형을 파격가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능에는 별 차이가 없다. 구형 모델을 저가에 살 것이냐, 기다렸다 새 모델을 살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
LG홈쇼핑의 MD(구매 담당)인 서현정 대리는 “몇 점 한정 판매에 대해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많고 실제로 2,000점 한정이라도 반품을 고려해 10~20%의 여유 수량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수입품이나 생산이 중단된 한정 상품등 대부분의 상품은 진짜 한정 판매품”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리에 따르면 홈쇼핑상품도 유행이 있다. 빨간통 파우더, 바비리스 헤어롤, 보정 속옷, 옥돌 매트에 이어 최근에는 스팀 청소기가 인기라고 한다.
서씨는 “포천이동원조 이동갈비, 도시락용 재래 조선김, 이조 소고기 된장찌개를 대놓고 먹고 있다”며 ‘강추 아이템’으로 꼽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최고 연봉 쇼핑호스트 이고운영씨의 조언
LG 홈쇼핑의 쇼핑 호스트 이고운영(36)씨는 국내 호스트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연봉(본인이 밝히기를 거부하지만 1억 원에 스카우트된 유난희씨보다 실수령액이 높다는 후문)도 최고를 자랑한다.
지난해 그의 매출은 1,500억 원.
꽃게장이나 갈치, 갈비 등 식품류를 거쳐 요즘에는 컴퓨터, 에어컨, TV 등 가전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딱딱한 정보 소개보다는 “내가 써 보니 이렇더라”는 식의 체험담과 농담, 때로는 춤과 성대모사도 선보이는 시끌벅적한 호스트이다.
“불고기를 주문해서 식탁에 올릴 때는 당면을 섞어 넣으면 한결 먹기 좋더라” 는 식이다,
“대형 가전품이나 컴퓨터를 남편과 상의하지 않고 들여놓았다 반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성들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기 때문에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한다”고 비법을 밝힌다.
방송사 성우 시절부터 자동차 관련 제품을 홈쇼핑으로 구입했던 그는 1998년 홈쇼핑 호스트가 된 이후로는 더 적극적으로 물건을 산다.
그는 “자주 쓰지 않지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은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또 호스트들도 방송을 하다 보면 감정이 실리게 마련. “이런 물건 하나쯤은 있어도 좋습니다” 하는 말과 “이것은 꼭 사세요”하는 말을 가려 들어 달라는 주문.
이씨는 또 패션, 가전, 가구, 식품 등 상품별로 ‘전담 호스트’를 두어 그의 스타일을 연구하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홈쇼핑을 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가 말미에 “여유가 있다면 건성 피부에게 좋은 연수기와 청결 필수품인 비데를 꼭 장만하라”며 특유의 직업정신을 발휘했다. 역시 프로다.
쇼핑호스트를 연구하는 게 물건을 잘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이고운영씨.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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